오세훈 "'오세훈표 사업' 낙인…정치적 딱지 붙여"
김인호 "예산 증발한 게 아니라 소상공인에게 갈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지천르네상스 관련 예산을 80% 삭감한 서울시의회를 향해 "시민을 위한 저의 고민과 노력이 정치논리에 묻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사업시행의 기본절차가 없다는 데 이의를 제기했던 것"이라며 "예산이 증발한 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실핏줄 '70만 소상공인'에게 흘러가게 된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SNS)을 통해 "서울시내 곳곳을 흐르는 70여 개의 지천을 매력적인 수변 공간으로 바꾸는 '지천르네상스' 사업이 올해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암초에 부딪쳤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특히 정릉천, 홍제천, 도림천 세 곳에 진행되는 선도사업은 2월에 기본구상이 마무리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44억원 전액 삭감돼 설계 발주 등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에는 한강 본류 외에도 지방하천, 소하천, 실개천 등 70여 개의 지천이 있다. 그리고 그 지천은 서울의 25개 모든 자치구로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다"며 "이 지천을 문화예술적 감수성이 느껴지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다양한 야외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상대적으로 한강 접근성이 낮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도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산을 삭감한 시의회를 향해서는 '오세훈표 사업'으로 낙인찍지 말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시의원들은 사업 추진 의도를 왜곡하고, 동 사업의 최초 제안자가 누구인지 여러 차례 질의하며 '오세훈표 사업'이라는 정치적 딱지를 붙였다"며 "여가와 문화생활에 대한 시민의 수요는 나날이 커지는데, 제가 서울시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지천을 방치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과거나 지금이나 서울시장으로서 시민의 삶을 보다 여유롭게 만들고, 서울이 가진 소중한 자원인 한강과 지천을 모든 시민이 고루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천르네상스 예산 75억원 중 시의회가 60억원을 삭감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해당 사업에 대한 기본구상이나 타당성 조사도 없이 시장방침에 따라 무작정 편성된 예산안을 서울시의회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 또한 없었다"며 "대규모 시민혈세가 투입되는 사업들은 사업에 대한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설계, 실시설계, 공사착공이라는 사업시행 절차를 거치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다. 시의회는 이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시행의 기본절차가 없다는 데 이의를 제기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지천르네상스 예산이 삭감된 것은 맞지만, 결코 그냥 증발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예산은 몇 개의 지천으로 흘러가는 대신, 서울 골목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우리 경제의 실핏줄 '70만 소상공인'에게로 흘러들어가 그들의 숨통을 틔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시의회는 영세 소상공인 임대료 감면, 인건비 지원, 특수고용 프리랜서 긴급 생계비 지원을 위해 없던 8000억원을 쥐어짜듯 만들어냈다"며 "소상공인 생존지원금이라는 대의를 위해 탄생한 8000억원에는 지천르네상스에서 삭감된 금액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시의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정릉천, 홍제천, 도림천 세 곳의 예산 44억원이 전액 삭감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사업에 대한 기본구상이나 타당성 조사도 없이 시장방침에 따라 대규모 설계 및 공사예산을 무작정 편성한 예산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기에 향후 기본절차 이행 후 추경에 편성할 것을 전제로 전액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과 김 의장은 지난해 예산안 과정에서 삭감된 예산을 두고 연일 SNS에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시의회가 상생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주장하며 "월세난민의 아픔을 외면하는 서울시의회"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복원해달라는 일체의 요청조차 없었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시장께서 해당 삭감 예산을 '수용'했다"고 반박하면서 양측이 충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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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