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연일 시의회 저격…김인호 "예산, 정쟁의 도구로 이용말라"

오세훈 "새 사업은 '오세훈 치적 사업'이라는 편파적 시선 거둬야"
김인호 "예산 의미와 가치 훼손…더이상 갈등 조장하지 말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서울시의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오 시장은 앞서 상생주택, 지천르네상스 등의 예산 삭감에 대해 지적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영테크, 청년 대중교통지원 등의 예산 삭감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오 시장의 시의회 저격이 이어지자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예산을 제발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오 시장은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위 N포세대에 희망을 돌려드리는 '서울 영테크'와. 사회초년병 청년들의 생활비 부담을 경감해드리는 '대중교통 요금 지원' 예산을 시의회에서 50% 삭감했다"며 "청년의 삶과 꿈을 꺾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 영테크'는 청년들이 준비 없이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에 뛰어들지 않고, 신중하고 합리적인 투자를 하도록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전세대출, 부동산 구매, 금융시황 분석 등 재테크 금융교육뿐 아니라 청년의 자산현황에 맞는 안전한 재테크 방법을 체계적으로 안내하기 위해 공인된 재무설계 전문가들의 1대 1 상담까지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영테크 예산이 반토막나는 바람에 청년 1만명에게 제공하려던 대면상담이 대폭 축소됐다.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청년 대중교통요금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청년들의 생활비 부담 경감을 위해 올해부터 새롭게 추진하는 청년 대중교통요금 지원 예산도 시의회에서 50% 삭감됐다"며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근거 조례 개정도 상임위에서 심사 보류돼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그런데 예산이 50% 삭감되면서 당초 15만명을 대상으로 했던 사업규모를 7만5000명으로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재테크 상담과 청년 대중교통요금 지원 예산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늦지 않았다. 서울시의 새로운 사업은 무조건 '오세훈 치적 사업'이라는 편파적 시선을 거두어 달라"며 "청년의 아픔을 똑같이 느낄 수 없다 해도 청년의 외침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의회와 시는 시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기관"이라며 "우리가 신념과 가치보다 시민을 우선해 가까스로 합의한 예산을 제발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번 예산안 협의에서 최우선 과제는 민생위기 극복"이라며 "절망 속에 쓰러져간 수많은 자영업·소상공인을 비롯해 우리 사회 코로나 취약계층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시장님은 법정기한 마지막 날까지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시와 시의회가 함께 마련한 올해 예산을 두고 '지못미 예산'이라는 주홍글씨를 붙이고, 예산의 의미와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출직 정치인의 공약은 유권자들과의 약속이지만 공약에 기반한 정책과 사업들은 적절한 때가 있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예산'은 생존과 상생"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정치적 신념과 합리적 행정에 대한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시의회 역시 지켜야 할, 그러나 지키지 못한 예산이 있다"며 "주민자치와 협치는 시의회가 역점적으로 지원하고 발전시켜 온 중요한 과제다. 시장님 재임 이후 끊임없이 훼손되고 왜곡되어 온 자치와 협치의 정신을 회복하는 일은 예산안 심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치·협치 예산이 삭감 편성됐고 시의회는 전년도 수준으로 복원을 요청했으나 시는 이에 대해 단 한발자국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시의회는 민생위기 극복이 먼저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시민사회의 무거운 비판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님께서 거듭 주장하는 예산들은 지키지 못해 미안한 예산이 아니라 지키려고 못내 애써서 미안한 예산"이라며 "지금은 못하는 미흡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거듭된 숙고와 이해로 합의된 예산을 두고 더 이상 갈등을 조장하지 마십시오"라며 "이제는 주어진 예산을 제대로 집행해 시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서울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 주민자치와 협치 예산을 삭감 편성했다는 김 의장 지적에 대해 재차 게시글을 올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 바로세우기'를 진행해왔다"며 "전임시장 10년 동안 민관협치, 시민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던 많은 분야의 사업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들은 그동안 시의회나 언론, 국회에서 지적되었던 문제들로 전임시장 시절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부분들을 객관적으로 조사해 밝혀낸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마을공동체 사업만 해도 전임시장과 관계된 시민단체가 센터 등을 수년째 위탁사업으로 운영했고, 위탁사업자의 선정부터 운영까지 많은 문제들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운영상의 문제점 등을 반영해 금년 예산안은 예년보다 감액되어 편성됐던 것"이라며 "그러나 시의회는 그동안 스스로 지적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증액을 요구했고, 결국에는 201억원을 복원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반면, 시의회에서는 뚜렷한 사유나 근거 없이 소위 '지못미' 예산을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대폭 삭감해 버렸다"며 "저는 시민들께 약속드렸던 지못미 예산들을 지킬 수 없게 된 사유와 그 과정에 대해 시민들께 소상히 설명 드리고 알리는 것이 저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작 지켜야 할 것은 지키지 못하고 버려야 할 것들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 것은 시의회"라며 "시는 시의회가 어려운 협의과정을 거쳐 의결한 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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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