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PC 증거능력' 대형변수…정경심 대법, 내주 결판

1·2심서 징역 4년…다음주 상고심 선고기일
'PC 증거능력' 쟁점…"동의없어" vs "불필요"
"피의자 동의必" 전합 확대 적용한 조국 1심
"정경심, PC 소유자 아냐…적용 안돼" 의견도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증거능력 논쟁이 일어난 '동양대 PC'에 대해 어떤 판단이 나올지 주목된다. 해당 PC에서 입시비리 의혹에 관한 단서가 나온 만큼, PC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에 따라 정 전 교수의 최종 형량이 결정될 전망이다.

게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조 전 장관의 판결에도 이번 대법원 판단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오는 2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정 전 교수 사건의 최대 쟁점은 자녀 입시비리 등에 관한 단서가 발견된 동양대 PC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다.

당시 PC는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었는데 검찰은 PC를 관리하던 대학 조교로부터 PC를 임의제출 받는 형식으로 확보했다. 이후 해당 PC를 분석해 정 전 교수가 자녀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포착해 기소했다.

이를 두고 정 전 교수 측은 검찰이 실제 소유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PC를 압수해 분석했으므로 위법한 증거수집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상 PC를 점유해 관리하고 있던 대학 측의 동의를 받았으므로 적법한 압수·분석이라고 맞섰다.

정 전 교수의 1·2심 재판부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뒤,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이번 사건에도 영향을 줄만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결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합은 피의자가 갖고 있던 휴대전화나 PC를 제3자로부터 압수해 분석할 땐, 반드시 피의자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즉, 피의자가 소유한 상태에서 직접 관리하는 PC 등을 다른 사람이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했다면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를 하던 범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정보만 압수할 수 있다는 것도 전합이 밝힌 법리 중 하나다.

이후 조 전 장관의 1심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연·장용범)는 최근 전합 판례를 이유로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정 전 교수가 PC의 실질적 소유·관리자였으므로 그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위법한 압수였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정 전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 정황이 들어있는 PC는 법정 증거로 쓰일 수 없다.

물론 전합 판례를 동양대 PC 사례에도 적용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전합은 피의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는 조건으로 'PC 등이 피의자의 소유·관리일 경우'로 제시하고 있다. 동양대 PC는 정 전 교수가 이전에 사용한 것은 맞지만, 검찰에 의해 발견될 당시 3년 가까이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특히 보관돼 있던 곳도 강사 휴게실이어서 사실상 소유자를 정 전 교수 1명으로 특정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인 정 전 교수가 소유·관리했던 것이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PC를 압수·분석했으므로, 수사를 하려던 범죄와 관련된 정보만 압수할 수 있다는 전합 판례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합 판례는 피의자가 갖고 있던 휴대전화를 제3자가 임의제출했을 때 소유자가 (압수·분석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으로 소유자가 누군지 명확한 것"이라며 "동양대 PC는 점유자가 대학이고 주 사용자가 정 전 교수로 봐야 하는데, 소유자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만약 정 전 교수의 사례에도 전합 판례를 확대 적용한다면 다른 수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검찰은 기업 등의 비리 의혹을 수사할 때 국세청 등을 압수수색해 세무자료를 확보하는데, 이 경우 반드시 피의자의 동의를 받는 건 아니다. 수사의 밀행성과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임의적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게 불가피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지방의 한 검사는 "검찰로선 강사 휴게실에 있던 동양대 PC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특정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소유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조건 피의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 수사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동양대 PC의 증거채택 문제와 관련해 조 전 장관 1심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기피신청을 할 정도로 충돌을 격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 전 교수의 대법원 판결은 조 전 장관 1심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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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