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선물로 받은 DNA 자가검사키트 결과…"청천벽력, 친부 아냐"

DNA 검사 결과 생물학적 친딸 아님 밝혀져
30년 전 인공 수정 수술 과정서 실수 발생해
DNA 자가검사키트 보급…유사 소송 잇따라

부모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재미 삼아' 건넨 유전자(DNA) 자가 진단 키트로 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한 가족의 악몽이 시작됐다. 인공수정(IVF)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28년 동안 기른 딸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데일리 비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마이크 하비와 지니 하비는 1991년 숨마 애크런 시티 병원에서 IVF 시술을 받고 딸 제시카를 낳았다.

약 30여 년이 흐른 지난해 제시카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탈리아로 여행을 계획했다. 이에 이탈리아 출신인 아버지 마이크는 제시카에게 앤시스트리 닷컴의 자가 DNA 진단 키트를 선물하며, 이탈리아에 사는 먼 친척들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하지만 DNA 검사 결과 제시카는 자신에게 이탈리아 유전자가 전혀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제시카와 아버지 마이크 역시 생물학적으로 부녀 사이가 아니라는 결과를 받았다.

이를 믿을 수 없었던 제시카와 마이크는 다른 병원에서 DNA 친자 검사를 받았으며, 둘 사이에 아무런 유전적 관계가 없다는 같은 검사 결과를 받았다.

이에 제시카는 자신의 DNA '족보'를 추적,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해당 남성은 1991년 같은 병원의 같은 의사인 니콜라스 스퍼토스에게 IVF를 시도한 적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병원과 의사에 대해 의료 과실, 사전 동의 부족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는 "잠에서 깨보니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사는 듯하다"며 "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을 때 느끼는 감정을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가족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시카에게 이탈리아 뿌리를 찾아주기 위해 학창 시절 이탈리아어를 배우게 했다"며 "친할머니와 이탈리아어로 대화하게 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가족에게 미칠 충격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많이 흘러 정보가 많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가족 변호사들과 함께 다음 단계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비 가족 변호사인 애덤 울프는 이미 7개월 전 해당 병원과 스피로스 박사에게 의료 기록과 고소장 초안을 보냈지만, 그동안 병원 측에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울프 변호사는 그동안 수천 명의 IVF 산업 피해자들을 대리해왔다고 밝히며, IVF 산업에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VF 산업이 "황량한 서부(Wild West)" 시대와 같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집에서도 간편하게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키트가 인기를 끌면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DNA 검사기 회사 '23앤미'의 포장에 "예상치 못한 혈연관계를 알게 될 수도 있다"며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는 당신과 가족에게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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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