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하락' 아파트 늘어...작년 집 산 2030 영끌족 불안

작년 2030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 41.7% 달해
성북구 래미안포레카운티 3개월 새 3.5억원 뚝

서울 아파트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직전 최고가 대비 '억' 단위로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지난해 저금리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 내집을 마련한 이른바 '영끌족'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7일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입건수 4만9751건 중 20대(이하 포함)와 30대 매입건수는 2만730건으로 41.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9년 31.8%, 2020년 37.3%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집값 급등에 불안감을 느끼고 영끌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젊은층이 지난해 많이 늘어난 셈이다.

작년에 2030세대 매입 비중이 높았던 자치구는 강서구 51.5%, 성동구 51.1% 노원구 49.3% 등이었다. 특히 노원구는 지난 2020년 38.6%에 비해 10.7%포인트 껑충 뛰었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작년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집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커지고 있어 작년에 집을 구매한 젊은층의 불안감이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떨어져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도와 인천도 각각 0.03%, 0.04% 떨어지며 2년6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부동산시정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월 들어 서울 강남구, 서초구, 성동구, 경기 일산 등 다수 지역에서 1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 사례가 지속 포착됐다"며 시장 하향 안정세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이전 신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눈에 띄게 늘었다. '억' 단위로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도 서울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포레카운티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2일 12억5000만원(11층)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7일에는 9억원(9층)에 팔리며 3개월 사이 3억5000만원 떨어졌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2삼성래미안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11월19일 16억4000만원(9층)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8일 14억7000만원(3층)에 손바뀜 돼 1억7000만원 하락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는 작년 11월29일 8억9000만원(20층)에서 올해 1월14일 8억1000만원(18층)으로 8000만원 하락했고,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SK뷰아이파크 전용 84㎡도 작년 12월9일 11억5800만원(15층)에서 올해 1월25일 11억원(17층)으로 5800만원 떨어졌다.

이처럼 주택 시장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경기 사이클 상으로 보면 7년 째 오르고 있는데 현재 상황을 사람 신체에 비유하자면 어깨를 넘어선 머리 부분"이라며 "추가 상승하기 보다는 하향 안정 국면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도가 고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부동산시장 전문가 8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집값 전망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51.3%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금의 집값 조정은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 방향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조정기가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 이후 정비 사업 규제나 개발 이슈들이 풀릴 수 있기 때문에 선거 이전과 이후 시장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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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