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전셋값 급등…작년 40만명 서울 떠나
서울 평균 아파트값 13억…경기·인천 절반
만성적인 수급불균형…"탈서울 현상 가속"
"서울에서 내 집은커녕 전세도 언감생심이네요."
회사원 권모(38·여)씨는 지난달 말 회사 인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빌라에서 경기 남양주 진전읍의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리거나,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해서다.
권씨는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월급만으로는 치솟은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전세마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별다른 방법이 없어 이주를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경기도와 인천 등 주변 지역으로 이주하는 이른바 '탈서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을 떠나 경기도와 인천으로 전입한 인구가 40만 명에 달하는 등 이주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치솟자 주거비 감당을 못해 서울 인근 경기도권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면서 해당 지역의 인구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년 동안 서울을 떠나 경기도와 인천 등으로 이주한 사람이 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서울에서 경기도와 인천으로 전입한 인구는 40만6975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인구는 36만2116명, 인천으로 전입한 인구는 4만4859명이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인구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34만2433명에서 2018년 36만8536명으로 늘었다가, 2019년 33만4293명으로 줄더니 2020년 37만5867명으로 급증했다.
인천의 경우 2017년 서울에서 전입한 인구가 4만485명에서 2018년 4만1233명으로 늘었다가 2019년 3만8571명, 2020년 3만9875명으로 감소했다.
서울을 떠난 사람 중에서는 2030세대 세대가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서울시민의 46%가 20대와 30대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24.1%로 가장 많았고, 20대(22.0%)와 40대(14.1%), 50대(11.8%)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주요 지역의 인구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 하남시는 6년 새 인구가 92.8%나 늘었고, 화성시(55.5%), 김포시(45%), 시흥시(33.8%), 광주시(32.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된 지역들이다.
급등한 집값과 심각한 전세난이 겹치면서 서울을 빠져나가는 인구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3억원을 돌파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가구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3억8003만원으로 기록했다. 반면, 경기도는 6억6645만원, 인천은 5억1604만원으로 나타났다. 두 지역 모두 서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해 집값이 안정되기 전까지 탈서울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올해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3만2012가구) 대비 35.9%가 줄어든 2만520가구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을 해소되지 않고,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탈서울 현상을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주거비 부담을 느낀 주택 수요자들이 어쩔 수 없이 경기도나 인천 등 서울 주변 지역으로 이주를 했다"며 "수급불균형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탈서울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탈서울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은 집값과 고착화된 전세난"이라며 "주택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주택 공급을 통해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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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