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푸틴 측근 포섭 못해 의도 파악 안돼" WSJ

러 크림반도 합병 뒤 정보수집 크게 늘리고 도청·위성 정보 많지만
최근 외교관 추방전으로 외교관 위장 첩보원 줄어 인적정보 위축

러시아가 2014년 전격적으로 크림반도를 침공해 합병한 뒤로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러시아 군사 정보 수집을 크게 강화했지만 여전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을 포섭하지 못해 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가 최근 몇개월 동안 비밀정보를 공개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으며 구실을 찾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러 정보수집 성과와 한계가 이례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미 정보기관은 지난해 12월 비밀자료를 공개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하고 있는 군대가 100개 대대전술단 17만5000명에 달할 것이며 2022년초 침공을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미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접경에 105개의 대대전술단 15만명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또 푸틴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일을 벌일지, 나아가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미 당국자들은 지난주 유럽동맹국들에게 러시아가 빠르면 16일 침공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날 해질 때까지 러시아의 침공은 없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 "푸틴 대통령의 머릿 속은 알 수 없다. 현 시점에서 그의 동기, 의도, 결정내용을 추측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직 당국자들은 불확실성이 생기는 이유로 미국이 뛰어난 도청능력(신호 정보: SIGINT)과 위성 영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푸틴처럼 독재체제에서 첩보원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힘들고 위험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푸틴을 잘 아는 제프리 에드몬즈 전 CIA요원 겸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유라시아 책임자는 "센서 숫자는 많지만 정보원 수는 적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이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푸틴이 며칠 이내에 침공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내 미국인 철수를 촉구한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포착한 러시아 통신 내용이 설리번 안보보좌관에게 정보를 전달한 때문이다.

같은 날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에게 러시아가 16일 침공할 수 잇다고 알렸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경고하면서 푸틴이 계획을 바꿨는지 아니면 미국의 정보가 잘못됐는지는 불확실하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미국의 경고가 미국을 믿어선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6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을 믿는 걸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정보 소스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관련 발표의 배경 정보나 배경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전직 정보당국자들은 자신들도 미국이 러시아 대통령 주변 인물을 얼마나 포섭했는지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는 CIA의 최고 기밀에 속한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 CIA 간부로 러시아에서 근무했던 대니얼 호프먼은 미국 시민들에게 위해가 되는 무력 침공이나 테러 공격 등 안보위험 가능성을 알리는 정보를 입수했을 때 정보기관들이 큰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비밀 정보 브리핑을 받는 미 의원들은 정보의 질을 높이 평가하지만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미 상원정보위원회 소속 앤저스 킹 상원의원은 "정보기관들이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건 절대적으로 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원 정보위원장 애덤 쉬프 의원도 정보기관들이 "일을 잘한다. 브리핑이 자주 있으며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CIA는 냉전 초기 소련을 상대하기 위해 창설됐으며 소련이 1991년 붕괴한 뒤에도 러시아가 가장 큰 정보 수집대상이라고 전현직 정보 당국자들이 말하고 있다.

CIA는 오래동안 테러와 이란 및 북한의 핵무기를 주목했고 파키스탄에서 드론 전쟁을 펼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민병대를 상대하고 이라크에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2014년 크림 반도를 합병하고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반군 지원에 나서면서 다시 러시아 정보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고 당국자들이 말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러시아 정보 수집이 증가하고 분석가들도 늘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과 긴밀한 관계 구축을 시도하면서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보기관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 기간중에도 러시아 정보 수집 강화는 계속됐다고 한 고위 정보당국자가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 자원을 집중했지만 "러시아 지도자의 계획과 의도라는 성배(聖杯)는 여전히 가장 확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이 폭로되면서 푸틴이 간첩 적발에 나서면서 최근 몇 년 새 러시아 정보 수집이 힘들어졌다고 전직 당국자들이 밝혔다. 이후 몇 년 동안 러시아와 미국은 외교관을 맞추방하면서 첩보원을 외교관으로 위장할 수 있는 여지가 줄었다.

최근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관련 러시아 정보를 노출하면서 정보 자원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직 첩보원들이 말한다.

수십년 CIA에서 일한 고위 간부 출신 더글러스 런던은 외교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 백악관은 "단기, 장기 영향을 평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신변위협을 감수하는 정보원과 정보 능력을 노출하는 경우 미국의 미래 정보 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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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