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지위 확인 소송 2심서 불거진 문제
원고, 도시정비법 41조 후문 근거로 주장
2심, 전문으로 판단…대법 "변론주의 위반"
소송을 낸 원고가 같은 법 조항에서 하나의 문장에 대해서만 주장했다면, 법원으로선 해당 문장에 대한 판단만 해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같은 법 조항에 있더라도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다른 문장에 관한 판단까지 하는 것은 변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B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장지위 부존재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C씨가 B조합장으로 선임된 뒤 실제로 재개발사업 구역에서 살지 않아 조합장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도시정비법 41조 1항에는 조합장이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전까지 사업구역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C씨는 지난 2019년 재개발사업이 이뤄지는 지역에 집을 마련해 전입신고를 했는데, 1년 뒤부터 수도 및 전기사용량이 크게 줄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었다. 또 A씨는 C씨 집에 조합장 퇴임 통지서를 보냈으나 두 차례 모두 받을 사람이 없어 반송됐다고도 했다.
1심은 "2019년 이 사건 주택으로 C씨의 전입신고가 마쳐진 이래 현재까지 별다른 변동이 없어 정비구역 내에 거주해왔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C씨가 주택을 혼자 사용해 전기·수도 사용량이 적었고, 우편물이 배송되는 낮에는 집에 있지 않아 수령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C씨가 조합장으로 선임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도시정비법 41조 1항에는 조합장으로 선임되기 전 3년 동안 1년 이상 사업구역에 거주하거나, 사업구역에 있는 건물을 5년 이상 소유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를 근거로 2심은 "C씨가 2019년 비로소 주택에 전입했으므로 조합장 선임일인 2020년을 기준으로 그 직전 3년 동안의 거주기간이 1년에 미치지 않아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A씨 청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A씨의 주장과 다른 부분까지 판단한 점을 문제 삼았다.
A씨가 근거로 든 것은 도시정비법 41조 1항의 두 번째 문장뿐이었다. 즉, A씨는 C씨가 '조합장으로서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2심은 같은 법 조항의 첫 번째 문장인 '조합장 선임 요건'을 근거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 41조 1항은 조합의 임원 선임 요건과 자격유지 요건을 전문과 후문으로 구분해 정하고 있다"며 "당사자가 두 요건 중 하나만 주장한 경우, 변론주의 원칙상 법원은 그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A씨는 원심에 이르기까지 C씨가 선임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면서 "원심은 A씨가 주장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 판단해 변론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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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