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첫날 통화서 文 "조만간 직접 만나자"…尹도 화답
'대선 7일 만인 16일 오찬 회담' 발표했다가 당일 무산
尹집무실 이전, 文한은 총재 인선 등 놓고 갈등 격화
25일 文 "이른 시일 내 만나자" 재차 제안에 소통 재개
회동 실무협상 후 유영민, 尹 측과 물밑 조율하며 매듭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이 오는 28일 전격 성사됐다. 대선 19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 중 가장 늦은 만남이 됐다.
이번 회동이 성사되기 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사 문제를 놓고 양측이 불신만 쌓은 데다 청와대 용산 이전의 안보 불안 논란에 양측이 정면충돌하기까지 했다. 양측간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심지어 '회동 무용론'까지 나왔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하지만 신구권력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북한 무력도발에 따른 안보 위기 우려가 결국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이끌었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도 국론 분열을 걱정하는 국민 여론에 등 떠밀려 회동을 결단하기에 이르렀다.
대선이 끝난 이후 문 대통령이 빠른 회동을 제안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윤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하며 "조만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고, 윤 당선인도 "빠른 시간 내 회동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같은날 오후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접견한 윤 당선인은 "장 비서실장과 이 수석님이 계속 통화하시면 되겠다"며 이 수석과 정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간 '핫라인(직통망)' 구축을 공식화했다.
당초 청와대는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기까지 최장 9일이 걸렸던 전례를 고려해 최대 7일 안에 회동을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었고, 지난 15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지 꼭 일주일이 되는16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오찬 회동을 갖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오찬 회동을 반나절 앞두고 양측은 인사권 문제로 회동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 16일 청와대는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돌연 회동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당시 양측에서는 한국은행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원 등 인선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회동 의제와 관련해)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있다"고 윤 당선인 측에 회동 제안을 촉구했다. 청와대 참모진에게는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표현을 하지 말 것"이라고 지시하며 불필요하게 윤 당선인 측을 자극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이에 재가동되는 듯했던 실무협상은 지난 20일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발표한 뒤 다시 제동이 걸렸다.
이튿날인 21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장관회의에서 '안보 공백'을 이유로 집무실 이전을 사실상 반대했고, 문 대통령도 22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국민안전은 한 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집무실 이전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양 측간 충돌은 지난 23일 문 대통령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하면서 극에 달했다. 청와대 측은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으나, 윤 당선인 측이 곧바로 공식협의한 적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에서 '회동 무용론'까지 나오면서 회동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며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윤 당선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국민 분열을 우려하는 여론을 감안한 제안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은 총재 후임 인선 이후 실무협의에 진척이 없자 여권 일각에서는 '소통채널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으나, 25일 청와대 측이 '이른 시일 내 만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전하면서 양측 간 소통이 재개, 26일 저녁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 조율이 극적으로 성공했다.
계획했던 첫 회동은 배석자 없는 단독 오찬 회담이었는데, 이번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만찬 회담으로 변경됐다.
만찬으로 당선인을 더욱 예우하는 모습을 갖추는 동시에 회동 과정에서 불거진 양측의 '불협화음'이 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배석자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윤 당선인과 만났으면 한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다시 전했고, 당선인 측으로부터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윤 당선인의 응답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25일 금요일 오후 장제원 비서실장에게 조속한 회동을 제안했고, 이후 이 수석과 장 실장은 수차례에 걸쳐 연락을 취하면서 장소와 일정을 조율해왔다"고 전했다.
장 실장과 소통을 이어온 이철희 수석이 대신 유영민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것을 두고는 "당선인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밝혔다. 유 실장은 물밑에서 당선인 측과 소통하며 회동 논의를 매듭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1년 9개월 여만에 대면한다. 당시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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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부장 / 염선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