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바다도 귀기울일 연주"…박수 이모티콘 터진 통영음악제

음악제 기간 무료 라이브 스트리밍 환호
유튜브로 공연 시간 맞춰 실황 중계

지난 29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노르웨이의 거장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가 통영국제음악제의 밤을 환하게 켜기 시작했다. 관객석의 불이 꺼지고 슈만의 '환상소품'으로 시작한 무대는 관객들을 낭만주의 시대로 초대했다.



첼로와 한몸이 된듯, 눈을 지그시 감고 때로는 허공을 바라보는 그는 짙은 서정적인 선율로 공연장을 휘감았다. 첼로의 현을 손가락으로 현란하게 튕기며 역동적이고 감성적인 연주를 펼친 드뷔시의 첼로소나타 d단조에선 눈을 뗄 수 없었다. 대미를 장식한 프랑크의 첼로 소나타 A장조는 쥘 데사르가 편곡한 버전으로 감정의 변화를 그려내듯 다채로운 소리를 뿜어냈다.

공연을 마치고 쏟아지는 박수에 미소를 보인 그는 두 곡의 앙코르곡으로 화답했다. 아름다운 음색으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흘러나왔고, 그 후에도 멈추지 않는 박수와 환호에 포레의 '꿈을 꾼 후에'까지 연달아 선물을 안겼다.

"통영 바다도 귀 기울여 들을 아름다운 연주다."


같은 시간,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박수갈채가 나왔다. 현장에서 직접 환호하진 못했지만, 댓글창에서 '브라보!'를 외쳤고 박수 이모티콘이 연달아 올라왔다. 유튜브를 통해 연주를 본 이들은 "감동적"이라며 현장에서 직접 듣지 못한 걸 더 아쉬워했다. 이날 공연 후반, 영상에 접속한 인원은 300여명이었다.

하지만 영상으로 만나는 만큼 그의 표정과 첼로를 향한 손길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댓글창에는 "최고의 무대", "눈물난다", "정말 꿈꾸는 것 같다", "기품이 느껴지는 깊이감 있는 연주", "공연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극찬이 올라왔고 안방에서 즐긴 거장의 무대로 여운을 만끽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 25일 막을 올리고 축제의 장을 펼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당 등에서 열리고 있지만, 통영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온라인을 통해 국내외 연주자들의 다채로운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음악제 기간에는 무료 라이브 스트리밍이 진행되고 있다. 각각의 공연 시간에 맞춰 실황으로 통영국제음악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고, 공연이 끝나면 동시에 종료된다. 다시보기는 할 수 없다.



통영국제음악제의 라이브 스트리밍은 지난해부터 시행해왔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좌석의 일부만 판매하게 됐고,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되는 상황 속에 더 많은 이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라이브 스트리밍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역시 객석 거리두기로 좌석의 50%만 티켓을 판매했고, 줄어든 객석을 고려해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고 있다. 이번 음악제는 전 공연 모두 온라인으로 중계된다.


이소엽 통영국제음악재단 홍보마케팅팀 팀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통영을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공연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며 "음악제의 특성인 현대음악은 물론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의 연주를 유튜브를 통해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보는 재미가 있어 보는 분들의 만족감도 높다"고 말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통영국제음악제는 예술감독으로 새로 선임된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과 함께 '다양성 속의 비전'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31일에는 원일 지휘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디오니소스 로봇' 세계 초연, 1일에는 소프라노 율리야 레즈네바 리사이틀 등 무대가 열린다. 2일에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베이스 연광철 리사이틀, 라셔 색소폰 콰르텟 연주 등이 예정돼 있다.

다음달 3일 열리는 폐막공연은 독일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의 지휘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현대음악 작곡가 앤드루 노먼의 2008년 작품 '풀려나다'(Unstuck)' 아시아 초연 등을 연주한다. 당초 헝가리 거장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가 협연자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내한이 불발돼 소프라노 율리야 레즈네바가 협연자로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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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