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한미군 완전 철수 제안…수차례 압박" 에스퍼 前국방

트럼프, 삼성TV 거론하며 "TV 파는 한국 우리가 지켜줘"
日과 갈등 거론도…"트럼프, 韓이 안보에 진지하지 않다 생각"
에스퍼, 韓 쿼드 가입 필요 언급…"中에 올바른 신호 줄 것"
'안보 미국, 경제 중국' 접근법에 "양립 가능한 일 아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제안했으며, 수차례에 걸쳐 군 당국자들에 이를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공개된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회고록에서다.

에스퍼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국방장관을 지냈다. 재임 초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스맨'으로 꼽혔지만, 이후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에서 갈등을 빚다 경질됐다.



◇트럼프, 꾸준히 철군 압박…폼페이오 순발력에 상황 넘기기도

그는 이날 출간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자신 재임 기간을 돌아보며 "그(트럼프 전 대통령)가 제안한 것 중 일부는 기이했다"라고 지적, 예시로 "한국에서 미군 병력의 완전한 철수"를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이익에 기반한 관점으로 동맹을 대하고, 동맹이 미국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논리도 자주 제시했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물론 한국, 일본을 상대로도 그랬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2020년 방위비 분담 협상 교착 상황을 거론하며 "주한미군은 4월1일까지 돈이 떨어질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는 트럼프를 짜증나게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트럼프)는 한국은 '다루기가 지긋지긋하다(horrible to deal with)'라고 불평했고, 우리에게 몇 차례나 미국 병력 철수를 압박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에 바가지를 씌운다는 논리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의 순발력으로 상황을 넘긴 경우도 있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라고 달랬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그래, 그래, 두 번째 임기"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울러 한·미 무역 불균형에 관해서도 꾸준히 불만을 털어놨었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삼성 TV를 팔고, 우리는 그들을 지켜준다. 이는 말이 안 된다"라는 것이다.

이에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주둔이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에도 중요하다"라고 설명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을 계속 지켜보는 일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에스퍼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우리의 주둔은 평양(북한)이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가 더 공정한 분담금 부담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주한미군 가족 소개령(철수령)이 내려질 뻔한 상황도 언급됐다. 자신이 육군장관이 된 지 두어 달이 지난 2018년 1월 회의 도중 국방부로부터 긴급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전화 내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가족 소개령을 오후에 발표하리라는 것이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믿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는지 물었다"라며 "김정은이 하와이에 미사일을 쐈나. 북한 무장 부대가 비무장지대(DMZ)로 이동하나. 미국 선박을 침몰시켰나. 북한이 미국에 탄도미사일을 쐈나"라고 당시 든 여러 가지 의문을 나열했다.

당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거친 수사를 주고받으며 긴장이 고조하던 상황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기간 트위터로 "내게는 핵버튼이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 것보다) 더 크고 더 강력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실제 소개가 이뤄진다면 예상하지 못한 극적인 움직임이 됐으리라고 설명했다. 또 "이는 한국 경제, 주식 시장과 항공 교통, 다양한 문제에 영향을 줄 패닉을 촉발할 수 있었다"라며 "한국 내 미국 시민도 떠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하게는 북한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며 "김정은은 미국의 소개령을 충돌의 서막으로 볼 수도 있었다"라고 했다. 북한의 반응도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실제 조치가 발표되지는 않았다고 전하며 "전쟁을 피했다"라고 평가했다.

◇한·일 갈등도 언급…"트럼프, 비꼬듯 '위대한 동맹의 가치' 물어"

한·일 갈등에 관한 언급도 나왔다. 에스퍼 전 장관은 한국과 일본 간 관계를 "한반도 유사시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전제한 뒤, "문재인 정부는 일본보다 북한과 더 대화할 용의가 있어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문제"라며 "(이 문제가) 지난 2019년 여름과 겨울에 정보 공유 문제를 두고 터졌다"라고 설명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논란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일 간 긴장을 두고 한국이 자국 안보에 진지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왜 그들(한국)은 일본과 싸우는가"라는 것이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를 "훌륭한 질문"이라고 평가, "북한은 미국과 일본, 한국에 즉각적 문제였다"라고 했다.

그는 다만 "내게는 우리 세 국가가 향후 몇 년 중국 대응에 협력하는 게 더 큰 문제였다"라고 했다. 이어 한·일 주둔 미국 기지는 매우 좋은 위치라며 "이런 이유로 나는 트럼프가 한국에서 미국 병력을 모두 빼낼 필요가 있다고 말할 때 매우 불편했다"라고 강조했다.

2019년 8월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 종료 통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반응도 자세히 소개됐다. 에스퍼 전 장관은 지소미아를 "합의의 중요한 부분은 빠르고 매끄러운 정보 공유였다"라며 특히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급한 상황에서 유효했다고 봤다.

그는 해당 분쟁이 2018년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이후 부상했다며 "(판결은) 일본을 극도로 화나게 만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일본의 보복성 수출 통제 등을 거론하고, 이런 일련의 상황이 "(한·일) 양측은 물론 미국도 지는 것"이었다고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북한은 이 모든 내분에서 이익을 봤고, 중국도 그랬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모든 일을 지켜봤고, 넌더리에 고개를 저으며 '이들 위대한 동맹'의 가치를 재차 물었다"라고 했다. '위대한 동맹'은 비꼬는 투였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이 밖에 한국의 내부 정치로 인한 안보 관계 영향도 거론됐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완수하는 데 열중한 점 등이 예시로 거론됐다. 또 4세대 전투기를 5세대 F-35 전투기로 교체하고자 했지만 여기에도 정치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中 견제도 언급돼…"한국 쿼드 합류, 中에 옳은 신호"

중국 견제를 강조하는 내용도 여럿 담겼다. 일례로 에스퍼 전 장관은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안보 연합체인 쿼드(Quad)를 거론, "한국이 쿼드에 합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이를 통해 특히 중국 등에 한국의 전략적 입지에 관해 옳은 신호를 주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의 지속되는 위협과 중국의 장기적인 전략적 도전을 마주한 한국과 미국의 상황을 언급, "나는 북한 관련 우리 관점은 일치한다고 자신했지만, 한국이 중국의 궤도에 끌려가고 있는 점을 걱정했다"라고도 언급했다.

특히 "중요한 문제는 한국이 중국을 경제적 파트너로 선택하는 동시에 미국을 안보 파트너로 유지하려 노력하고, 이들 접근법이 양립 가능하다고 희망할지였다"라며 "당연히 (양립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이 이런 길을 향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북한 문제가 갑자기 사라지더라도 동맹이 더 큰 인도·태평양 지역과 중국을 상대로 한 우리의 태세 발전에 핵심적이라고 본다"라며 "(한·미) 양국은 한반도에 미군 병력을 유지할 중요한 이유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드 문제가 이런 맥락에서 언급됐다. 에스퍼 전 장관은 "사드는 한국과 한반도 우리 병력, 심지어 미국의 일부를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추적과 요격 역량을 갖췄다"라며 "중국은 2016년 사드 배치 발표에 성난 반응을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이 사드 시스템을 자국 내 군사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는 게 에스퍼 전 장관 시각이다. 그는 또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며 "중국은 한국이 배치를 취소하도록 엄청난 양의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입장을 확고히 했지만, 2017년 4월 첫 사드 시스템 배치 이후 시간이 지나며 한국이 점점 더 중국 쪽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육군장관 시절인 2018년 사드 기지 방문 경험도 서술됐다. 그는 "(사드 기지의) 생활 여건은 끔찍했다"라며 "나는 이 문제를 반복적으로 한국 카운터파트에게 제기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해당 문제가 한국 국내 정치와 중국에 관한 지나친 걱정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저서에서 "내가 이 문제를 압박할 때마다, 내 한국 상대방들은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조금 더 인내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2020년 10월 우리 마지막 모임에서 나는 이 문제에 관해 화가 난 채 목소리를 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3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시간 끌기에 대한 나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라고 했다. 이에 회의장에서 테이블 건너편 상대방에게 몇 분에 걸쳐 크고 날카롭게 이 문제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에스퍼 전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에게 "나는 3년 전에 이곳을 방문했고, 그때도 좋지 않은 상태였다"라며 "당신들이 이에 관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라는 말을 들었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이어 "이 문제를 이듬해에 제기했을 때 나는 같은 말을 들었다"라며 "이는 동맹이 동맹을 대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고 에스퍼 전 장관은 저서에서 전했다. 그는 또 "당신 아들딸이 그런 여건에서 살면서 일하면 행복하겠느냐"라고도 물었다.

그는 당시 회의장에 앉아있던 한국 대표단이 어떻게 반응할지 애쓰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또 자신이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합참이 사드 철수 영향과 임무를 한반도 밖에서 수행하는 선택지를 제시하는 연구를 하기를 바란다"라고도 언급했다고 했다.

당시 밀리 의장은 빠르게 "그렇게 하겠다"라고 답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런 상황이 한국 대표단의 관심을 끌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런 일련의 발언을 '나의 연기(performance)'라고 표현했다. 사드 철수 영향 평가 등이 진심은 아니었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에스퍼 전 장관은 "나는 아마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됐을 것이다. 이는 외교적이지 않았다"라면서도 "나는 현장의 우리 국민을 의식했고, 이 문제를 몇 년간 압박해 왔었다. 나는 한국을 흔들 필요가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회고록에서 문제의 2020년 10월 마지막 회의가 정확히 뭔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시기에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SCM)가 열렸었다. 당시 서욱 국방장관과 에스퍼 당시 장관 간 공동 기자회견이 불과 몇 시간 남겨두고 취소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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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