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 "비상용 현금 등 400달러 보유" 답변
경제적 격차도 드러나…기혼자·중상위층 만족도↑
전문가 "좋은 재정 여건은 위기 극복 도움될 것"
미국인들의 재정 상태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2013년 이후 다른 어느 때보다 좋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23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인플레이션 심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 미국 가정들의 재정 상황이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사 결과 미국인 10명 중 7명은 긴급할 경우 쓸 수 있는 비상금으로 400달러 정도의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연준이 금융복지를 추적하기 위한 조사를 벌인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또 이날 발표된 연준의 '2021년 미국 가계 경제 웰빙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78%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괜찮다'거나 '편안하게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이 연구 결과는 연준이 고용, 소득, 은행과 신용, 주택, 은퇴계획, 학자금 대출, 가상화폐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미국인들의 재정 건전성을 조사하는 아홉번째 연례 가계경제 및 의사결정 조사에서 도출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성인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대체로 사람들은 지역 경제를 긍정적으로 봤고, 새로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고, 학교 복귀로 인한 부담도 적었다. 이와 함께 투자의 일환으로 가상화폐에 손을 댔고, 은퇴가 머지않은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CNN은 조사 시점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경제 회복세에 지장을 주기 몇 달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몇 달 전,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주식 시장이 약세에 접근하기 몇 달 전이었음을 강조하며 '폭풍우 속에서 경제적 행복이 나타났다'고 평했다.
뱅크레이트닷검의 수석 재무 분석가 그렉 맥브라이드는 이에 대해 "대략적으로 말해서 미국인들은 2년 전의 경우보다 지난해 말에 재정적으로 더 나은 위치에 있었다"며 "저축이 늘었고 주택 소유자들은 매달 지급되는 돈을 줄이기 위해 모기지 대출을 다시 받았고 고용 시장은 매우 강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조사 결과 및 보고서에는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격차가 드러났다고 CNN은 전했다.
다양한 인구통계에 걸쳐 기혼자이거나, 중상위 가구이거나, 아시아인 또는 백인으로 확인된 사람들은 더 높은 재정적 여유와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에 비해 독신자, 히스패닉 또는 흑인, 저소득자, 장애인 및 성소수자 등은 모두 경제적 만족도가 낮았다.
고소득 대출자는 주택담보대출 재융자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았고, 대출금 상환이 늦어진 임대인의 비중은 대유행 이전보다 높았다.
조사 당시 임대인의 17%가 최근 12개월 동안 임대료를 체납한 적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9년 10%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맥브라이드는 "인플레이션은 가계예산을 압박하고 있다"며 "특히 저소득 가구에서는 불균형적으로 지난해 내내 쌓였던 저축 보유량이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용시장이 경제 강세의 한 축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돼 가계의 소득 이득을 초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완충력은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CNN은 지난해 가을 많은 사람의 재정 상황이 좋았다는 점은 그들이 경제적 폭풍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훨씬 더 불안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미기업경제학회가 진행한 이달 진행한 조사 결과 조사에 참여한 경제학자 중 53%는 앞으로 12개월 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최소 25% 수준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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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