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기본적으로 화재 위험…'안전기준 강화·이력제 도입' 필요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

최근 전기자동차의 화재사고로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특성'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기술 개발, 안전기준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2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전기차, 왜 자꾸 불이 날까'를 주제로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전기차 화재의 원인과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기차 배터리 구조적 문제....전문인력 양성 시급 등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국내 화재는 지난 5년간 45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23건, 2020년 11건, 2019년 7건, 2018년 3건 등이다. 올해는 5월말 현재 14건이 발생했다.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가장 먼저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을 설명했다.

이 고문은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의 문제점은 차량용 뿐만 아니라 개발할 때부터 문제가 됐던 사안"이라며 "열이 빠르게 축적되고 이 열로 휘발성 유기 용매인 전해액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열로 가스가 발생해 배터리 내부에 축적된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본 원리이자 구조적인 한계이기 때문에 이걸 피할 수가 없어 BTS라고 불리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넣어 과방전과 과충전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기차는 전기를 이용해 구동되는 자동차인데, 무거운 차량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전압의 전기가 사용되고 많은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닌 배터리가 필요하다"며 "따라서 전기차는 근본적으로 전기로 인한 화재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화재 사고들은 엔지니어들이 놓친 부분들이 있었고 품질관리가 안 된 점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향후 좀 더 안전한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되고 경험이 쌓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 만큼 엔지니어들은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인증 체계 개편...전문인력 양성해야

송지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중대사고조사처장은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본은 우선 고전원 배터리 자체 품질을 높여 화재 발화 요인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그러나 품질 불량을 제로로 해 단 한 건도 불량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송 처장은 "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BMS(고전압 축전지 관리시스템) 기능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하고 의무화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본래 목적인 배터리 관리 기능 이외에도 배터리 이상 감지 범위 및 경고 기능 확대, 화재 발생시 경보 기능을 추가하고, 열폭주 전이 지연 성능 등을 갖추도록 하는 한편, 이러한 안전과 관련된 기능은 꼭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균성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자동차안전팀장은 "미래차의 안전성 향상과 결함 발생 시 신속한 시정(리콜)이 요구된다"며 "정부는 이러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소비자 요구에 맞춰 전기차 등 미래차의 안전 확보 및 사전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면서 전기차의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등의 신산업 지원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장치에 대한 안전기준을 보강하고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화재 확산방지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미국, 캐나다만 '자기인증제'를 실시 중이다. 이는 제작사가 안전기준을 스스로 정해 제작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판매한 완성차가 문제가 생겨도 사후에 알고 조사할 수 밖에 없다.

박 팀장은 배터리 핵심 장치에 한해 정부가 사전에 안전성을 인증하는 체계로 개편하고, 인증 사항 준수 여부를 지속 관리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제작결함 조사 방식과 절차를 합리화·효율화해 신속한 조사를 통해 제작 결함을 시정토록 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정상 사용 조건이 아닌 비정상 사용 조건에서의 취급 요령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교육할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전기차 배터리는 제조뿐만 아니라 정비, 사고, 폐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취급되는데 현장에서 납 배터리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장에서 실제 리튬이온 배터리를 다룰 수 있는 정비사, 견인 기사, 폐차장 종업원 등에 대한 소양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국제 기준이 제정되고 업데이트 되고 있으나 이는 정상 조건에서의 시험평가고 교통사고 등과 같은 비정상 조건에서의 평가는 현재 없다"며 "최소한의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 타임을 확보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정상 조건에서의 시험 평가가 필요하다. 현재 기술로 열폭주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열폭주를 제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상무는 "전기차를 안전하고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충전량은 20%∼80% 사이를 유지해주고, 밸런스 있게 충전하기 위해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완속 충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안전성을 무작정 높이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결국 정부는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화재 발생시 대처할 수 있도록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선진적인 방안 연구에 노력해야 한다. 제작사는 충전 방식의 전환에 따른 위험률 감소 홍보에 노력해야 하고, 소비자는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공익과 환경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화재 재발을 막기 위해 화재에 대한 조사와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영석 한라대학교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겸임 교수는 "차량 결함 및 전기차 전문가로서 조사 업무를 지원하면서 정확한 조사와 함께 명확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발생한 사고들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BMS만 믿을 수 있나...?LFP와 NCM중 뭐가 더 위험한가?

BMS(고전압 축전지 관리시스템) 기능만으로 전기차 화재를 예방할 순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차 BMS기능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BMS가 배터리 안전을 위해 모든 일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배터리 온도, 전압, 전류 등을 감시해 상태를 추정해내고 셀 밸런싱을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종합적으로 배터리 자체 내 안정성을 하드웨어적으로 보강하거나 주관적으로 보완하는건 안 된다"며 "하드웨어적으로 안전하게 설계하는 등 종합적으로 해야 안전관리가 되는 것이지 BMS가 모든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업계에선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양극재 차이로 흔히 LFP(리튬인사철)배터리와 NCM(니켈, 코발트, 망간)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차이가 없다"며 "사고 난 사례를 보면 위험성은 동등하다. 중국엔 전기차가 많이 있는 만큼 화재도 많이 일어나는 걸로 안다. 다만 중국의 자료가 없다 보니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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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강진 / 채희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