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증정 비용 대라"…공정위, '갑질' GS리테일에 과징금 243억

'매출 의존도 100%' 하도급 업체에 금전 뜯어
판촉비·성과장려금·정보제공료 등 부당 요구
연간 판촉 계획 짜놓고 '행사요청서' 써내라
매월 매입액 최대 1% 돌려받아…계약서 무시

편의점 브랜드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신선식품 제조를 맡긴 하도급 업체에 판촉비, 성과장려금 등을 부당하게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음료수 증정 등 판촉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떠넘기거나, 매월 매입액의 일부를 뜯어가는 방식으로 최근 5년 동안 200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GS리테일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43억6800만원을 부과한다고 2일 밝혔다.

GS리테일은 GS25에서 판매되는 김밥 등 신선식품(FF제품)을 기획·개발해 제품의 규격, 원재료, 제조 방법 등을 담은 기술이전서를 넘기는 방식으로 제조를 위탁했다. 이에 따라 수급사업자는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업무만 맡았다.

송상민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수급사업자들은 기업소개서에 'GS25 FF제품 전용공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부분 GS리테일이 발주한 신선식품만을 생산·납품하는 등 매출 의존도가 사실상 10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법 위반 내용을 보면 GS리테일은 2016년 1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8개 수급사업자에게 신선식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매월 폐기 지원, 음료수 증정 등 판촉 행사를 진행했고, 해당 비용 가운데 일부인 126억1200만원을 받아냈다.

목표 대비 판촉비 기여도가 낮은 수급사업자들에 대해서는 거래 관계를 중단하려 했던 정황도 적발됐다.

또한 수급사업자와 협의 없이 연간 판촉 계획을 수립하면서 자발적으로 판촉 행사를 제안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행사요청서'와 '비용부담합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행사가 시작된 이후에 이런 서류를 받았지만, 시작 전에 받은 것처럼 꾸며놓기도 했다.

송 국장은 "GS리테일은 수급사업자들이 판촉비 부담으로 손익이 악화되는 상황임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며 "수급사업자들로부터 수취하는 판촉비를 늘려 자신의 수익을 개선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기간 GS리테일은 같은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성과장려금 명목으로 매월 매입액의 0.5% 또는 1%를 받아냈다. 이렇게 챙긴 돈만 68억7800만원에 달한다.

통상 성과장려금은 납품업자가 자기 제품 매입을 장려하기 위해 대규모 유통업자에게 주는 돈이다. 하지만 GS리테일은 스스로 판매할 제품의 제조를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수급사업자로부터 성과장려금을 받을 이유가 없다.

아울러 지급 약정상 전년 매입액이 0~5% 증가한 경우에만 성과장려금을 받도록 돼 있으나, 전년 대비 매입액이 감소했음에도 수취한 경우가 35개월 중 112회에 달했다.

송 국장은 "GS리테일은 계약서상 조건과 상관없이 매월 일률적으로 성과장려금을 수취했다"며 "심지어 자신만의 수익 개선을 위해 수취 비율을 인상했다"고 전했다.

2020년 2월부터 2021년 4월까지는 9개 수급사업자들로부터 정보제공료 명목으로 27억3800만원을 받아냈다.

수급사업자들은 단순히 GS리테일의 발주서에 적힌 발주 품목, 규격, 수량대로 생산해 납품한다. 이 때문에 제공받은 정보를 활용할 여지가 없지만 매월 최대 4800만원의 정보제공료를 지급했다.

더군다나 제공받는 정보의 종류도 선택할 수 없었다. 일부 수급사업자는 매월 얼마의 정보이용료가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제공받은 정보를 실제 활용하지도 못했다.

송 국장은 "정보제공료는 GS리테일이 성과장려금 대신 동일한 금액을 수취할 목적으로 그 명목만을 변경한 것"이라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위반 행위를 중단하지 않고 다른 형태로 외양만 바꿔 위반 행위를 지속해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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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