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매장량 절반 넘는 리튬 삼각지대 통제 움직임
WSJ "남미 국가가 전기차 발전에 병목 현상 불러올 것"
남미국가들이 전기 배터리 생산에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을 통제하면서 전기차업계가 곤란해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에 걸친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와 넒이가 비슷하다. 이들 지역은 전 세계 매장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널리 생산되는 석유와 달리 리튬은 남미, 호주, 중국이 주요 생산지다. 특히 남미는 암석에서 채굴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소금기를 머금은 지하수를 증발시켜 리튬을 생산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최근 이들 정부가 자원 안보와 환경 보호를 앞세워 리튬 삼각지대의 생산량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전기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의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올해 초 칠레 정부와 리튬 채굴 계약을 따냈지만 현지 주민들이 물 공급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계약 취소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지난 6월 칠레 대법원은 정부가 지역 주민과 먼저 협의하지 않았다며 이 계약을 무효로 했다.
칠레는 좌파 정권인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과거 원자재 민영화를 실수라고 비판한 뒤 국영 리튬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오는 9월 국민투표에서 새 헌법이 통과되면 환경 규제와 지역 주민의 권리도 강화된다.
칠레는 리튬 생산으로 인해 주변 물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칠레 정부에 따르면 1톤의 리튬을 얻기 위해 2800입방미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구리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 70입방미터의 물이 필요한데 40배 차이가 난다.
또한 리튬 생산이 주변 생태계를 망가트린다고 보고 있다. 칠레 정부는 리튬 광산 근처 석호가 마르면서 먹이를 구하지 못해 야생 홍학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칠레는 1970년대부터 리튬 생산을 엄격히 통제해왔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은 리튬이 핵폭탄 생산에 필요하기 때문에 전략적 자원으로 선언했다.
칠레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이었지만 지난 30년 동안 신규 광산을 개발하지 않으면서 호주에 밀렸다. 호주는 지난 5년간 생산량을 4배로 늘렸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미 2008년 리튬을 국유화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볼리비아를 전기 배터리와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광업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볼리비아는 국영 리튬 회사 'YLB'를 설립했다. 당시 볼리비아 정부는 9억달러를 들여 우유니 소금호수에서 리튬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3년 시작된 리튬 생산량은 칠레의 하루 반나절에 그칠 정도로 미미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데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남미 국가들은 리튬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지역 발전을 촉진하고 재정을 확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광산 건설비용이 너무 많으며, 지나친 간섭으로 해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오랜기간 부패와 족벌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남미 국가들이 국영기업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중남미 전문가 벤저민 게던은 "중남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것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며 "자원 민족주의는 찾아온 호황을 빠르게 붕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르헨티나는 재정 위기에 빠지면서 외화 공급원인 리튬을 생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을 위해 세금을 감면해주고 규제도 완화하고 있다.
WSJ는 "지난해 초부터 리튬 가격이 750% 상승하는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남미 국가들이 전기차 산업 발전에 병목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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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