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재생E관제시스템구축사업 집행률 30% 그쳐…'예산 과다' 지적

국회예정처, '2021년 회계 결산 분석 보고서'에서 지적
산업부 교부 사업비 60억원 중 실집행은 18억원 그쳐
사업자의 부정적 인식·요금 부담 등에 사업 실적 저조
한전 바이롱 석탄광산사업도 지적…"손실 최소화해야"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발전 출력 등을 실시간 점검하는 장치를 구축하기 위해 책정한 사업비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이 8500억원 상당을 투자한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 사업은 현지 환경 오염 문제 등으로 중단되며 5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만큼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1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했다. 현재 한전이 시행 중인 '재생에너지통합관제시스템기반구축사업'은 송·배전망에 접속된 재생에너지 발전기에 정보 제공 장치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4월 '전력시장운영규칙'과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 규정'을 개정해 신규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정보 제공 장치와 제어 성능 구비를 의무화했다.

관제 시스템이 원활히 가동되려면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정보 제공 장치(현장 단말 장치)를 설치하고, 인버터 성능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 4월 이전부터 발전 사업을 수행하고 있던 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 정보 제공 장치 구비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는 상태다.

이에 정부는 전기사업법 제49조에 따라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기존 사업자에게 정보 제공 장치와 인버터 성능 개선을 지원하고자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 사업은 2021년도에 신규 사업으로 편성됐으며 2025년까지 수행될 예정이다. 5년간 투입되는 총 사업비는 299억4000만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도 해당 사업의 예산으로 60억원을 신규로 편성했으며, 사업 시행 주체인 한전에 전액 교부했다.

한전은 60억원의 사업비 중 30.3%인 18억1600만원을 실집행했고, 42억8400만원을 이월했다. 이 사업의 예산은 송전망 연계와 배전망 연계로 구분돼 편성됐다.

이 중 지난해 사업 수행계획을 보면 송전 부분은 11건에 약 9억4000만원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배전 부분은 1015건에 대해 50억6000만원이 계획됐다.

그러나 송전 부분은 전액 미집행됐다. 배전 분야는 448건에 18억1000만원 집행에 그쳤다.


산업부와 한전은 저조한 실적에 대해 발전사업자들이 감시·제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업 종료 후 통신료 부담 등으로 참여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버터 개선 실적은 구형 모델, 제품 단종, 개발 인력 부재 등으로 개선이 불가능해 제조사 협조가 어려워 저조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예정처는 "이를 위해 수요 파악을 실시하고 예산에 적정히 반영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아 예산이 과대 편성됐고 집행이 저조했다"며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용 증대를 위해 사업자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해당 사업의 적정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액만 8410억원…바이롱 광산사업 손실 최소화해야"

예정처는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바이롱 석탄광산사업 손실도 최소화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한전은 2010년부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바이롱벨리에 있는 노천과 지하탄광을 개발해 발전용 유연탄을 발굴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한전은 2010년 바이롱 광산 인수 당시 석탄 매장량은 4억2300만톤(t) 규모로 추정했고, 2016년부터 연간 750만t의 유연탄을 조달할 것으로 봤다.

이런 사업성을 고려해 앵글로 아메리칸사로부터 당시 한화 기준 4604억원을 내고 광산을 인수했다. 또한 탐사, 토지 매입 등에 추가적으로 2777억원을 더 들였다. 2010년부터 2021년 12월 말까지 투자 총액은 841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2012년부터 석탄광산 개발 사업이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지연돼왔다.

한전이 호주 NSW주에 신청한 계획개발 허가 평가에 대해 현지 독립평가위원회(IPC)는 한전의 개발 사업이 지속가능한 개발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는 의견으로 반려 결정했다.

이후 한전은 2019년 12월 IPC의 평가에 대한 법령 해석의 오류를 쟁점으로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호주 법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이후 한전은 지난해 3월 항소심을 제기하며 소장을 제출했지만, 그해 9월 호주 법원은 주장을 인정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한전이 바이롱 광산 개발 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입은 경제적 손실은 지난해 기준 5057억원이다. 이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바이롱 관련 투자 지분에 대한 손상처리 금액, 기타대손상각비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예정처는 "한전은 향후 바이롱 사업 부지의 활용 방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통해 사업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신중히 이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노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종 / 안철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