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악성 미분양, 수도권에 1017가구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도권에 '불 꺼진 아파트'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000가구를 넘어섰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388가구로 집계됐다. 전달에 비해 3.6%(258가구) 늘어났다.
준공 후 미분양은 아파트가 완공될 때까지 분양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017가구로 한달 전에 비해 21.5%(180가구) 늘어났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작년 12월만 해도 601가구에 불과했지만 7개월 만에 69% 급증할 정도로 최근 증가세가 가파르다.
경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614가구로 전월(496가구) 대비 23.8%(118가구) 늘어났다. 인천의 경우 7월 말 252가구로 6월 말 126가구에 비해 2배 급증했다. 청약 불패로 불리던 서울에서도 151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강북구 물량이 115가구에 달한다.
대원건설이 강북구 수유동에 지은 '칸타빌 수유 팰리스'는 최근 수차례 무순위 청약과 할인 분양에 나섰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이 다수 남아 있다.
이 밖에 강동구(32가구), 광진구(3가구), 구로구(1가구) 등에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포진했다. 지난 2019년 8월 준공 된 강동구 길동 '경지아리움'은 준공 3년이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도 지난 7월 말 전국 3만1284가구로 집계됐다. 한 달 전에 비해 12.1%(3374가구) 늘어났다. 경기 물량이 3393가구로 2.2% 증가했고, 인천도 544가구로 한 달 전에 비해 30.1% 늘어났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매매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대규모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4~25일 청약한 경기 안성시 공도읍 '라포르테 공도'는 일반 980가구 모집에 38가구만 접수됐다. 전체 공급물량의 96%가 미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경기 침체 우려 등이 겹치면서 분양 시장 열기가 한동안 살아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지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수년 동안의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경계 심리와 급격한 금리 인상, 전반적인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의 주택가격 하락과 침체 분위기는 금리 인상이 멈춰지고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분양 물량에 대해 변화하는 경기상황과 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공급 대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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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