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처리 시도에 국민의힘 '안건조정위'로 방어
민주 신정훈·윤준병·이원택, 국민의힘 홍문표·정희용
무소속 윤미향 등 조정위원 구성…여당은 구성도 반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26일 더불어민주당이 쌀값 안정화를 위해 당론으로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을 상정하고 안건조정원회로 회부했다.
농해수위는 이날 오후 4시 44분께 전체회의를 열고 쌀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국민의힘이 이에 반발하며 안건조정위 회부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는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았고 이견이 많은데도 일방적으로 위원장이 직권상정을 했다"며 "이 이견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도 있어야 한다. 저희의 반대의견을 담아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본 안건을 심의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국회법 제7조의 2에 따른 안건조정위 회부 요청이 있었으므로 이 안건을 안건조정위로 회부하겠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이어 각 당 간사 의원들에게 30분 내로 안건조정위원 추천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농해수위는 오후 5시 41분께 회의를 속개해 안건조정위원 명단을 확정했다. 민주당 신정훈·윤준병·이원택 의원과 국민의힘 홍문표·정희용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미향 의원이 무소속이 되기 전 민주당 소속이었음을 우려했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 개인에 대해서는 할 말씀이 없지만 안건조정위원회 원래 취지는 찬성측과 반대측이 모여서 숙의하자는 제도다. 그런데 이전에 야당에 있던 분이 비교섭단체 조정위원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윤미향 의원은 "저는 과거 야당이었던 적이 있지만 무소속이 된 지 오래됐다. 원칙에 따라, 절차에 따라 안건조정위원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농해수위에서 무소속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고 싶다. 저와 관련해 어떤 다른 의도를 갖고 말씀 안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현장에서는 농민들이 쌀값 문제 때문에 아우성이다. 그리고 또 여전히 현장에서는 쌀값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한 의구심, 불안감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며 "45만t 격리 문제도 있지만 시장에 좀 더 강력한 메시지들이 전달될 때 쌀값이 안정화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농해수위 위원들은 산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9.25일 예정된 정부가 발표하는 쌀 수급안정부대책의 수준을 보고난 후 논의하기로 했으나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무리하게 단독으로 상정했다"며 "민주당은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쌀시장의 구조적인 과잉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모색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야당이 단독상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행되면 쌀시장을 망가뜨리고 매년 1조원의 재정부담을 초래하고 농업의 미래투자도 잠식하는 역대급 악법이 될 것"이라며 "쌀 이외 우유, 무, 배추, 수산물 등의 경우에도 의무적인 시장격리 및 개입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정부로서는 형평성 차원에서 반대할 명분이 작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극단적으로 대부분 농산물의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여 민간시장기능이 망가질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런 최악의 법률 개정안을 당장 철회하고 쌀 시장의 구조적인 해법을 모색하는데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양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안건조정위 구성에 대해 "교섭단체 간 3:3으로 저희가 3명을 추천했는데 민주당에서 무소속 한 분으로 윤미향 의원을 해야 한다고 해서 저희가 2명을 확정했다"면서 "윤 의원은 민주당에 있다가 무소속이 된 분이라 3:2:1이 아니고 실제로는 4:2"라고 말했다.
이어 "안건조정위가 최장 기간 90일인데 90일 이후에는 4:2라는 숫자로 볼 때 민주당 마음대로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저번 소위에서 이 법안을 날치기 단독처리한 것처럼 상임위에서 날치기 단독 처리가 예상돼서 일단 숙고할 시간을 벌자는 차원에서 안건조정위 회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가 대립 중인 법안을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로 소집되며 이견 조정이 필요한 안건을 심사하게 된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6명의 조정위원으로 구성하고, 다수당에 속한 조정위원 숫자와 다수당에 속하지 않은 조정위원을 동수로 한다.
최대 90일 동안 심사할 수 있으며 재적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 즉 4명 이상이 찬성해 안건에 대한 조정안을 의결한다. 조정안이 가결되면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해 해당 상임위는 그로부터 30일 이내 해당 안건을 최종 표결에 부쳐야 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최근 쌀값 폭락으로 농민 고통과 부담이 가중되자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발의된 것이다. 개정안 처리는 이재명 대표의 지시 사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행법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5% 이상 넘게 떨어지면 생산량 일부를 정부가 매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임의조항이었고, 개정안은 이를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해 쌀값을 한시라도 빨리 안정화하기위한 법적 조처인 셈이다.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5일 소위원회를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고 이어 당정은 올해 수확기 쌀 45만t을 시장격리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정이 내놓은 일시적인 대책을 넘어 법개정안을 통해 궁극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에선 이번에 내놓은 대책이 역대 최대 물량을 소화하는 만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법안을 가결시킬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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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