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입니다" 돌덩이로 통행로 차단한 사연…주민 불편

시상수도사업본부, 사유지에 관로 묻었다가 땅 주인과 보상 답보
땅 주인, 요구안 받아들여지지 않자 7월부터 통행로 막고 실력행사
주민 "등산로·공원 주 통행로…기관 머리 맞대고 해결 방안 찾아야"

광주시 남구 봉선동과 동구 용산동을 잇는 통행로를 놓고 상수도사업본부와 땅 주인이 분쟁을 이어가면서 이 길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관계 기관과 땅 주인이 원만한 협의를 거쳐 하루 빨리 길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

3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시 상수도사업본는 2017년 6월부터 동구 용산지구와 남구 봉선동의 경계(남구 봉선동 54-1)에 시비 478억 원을 들여 시설용량 2만3000t 규모의 봉선배수지와 10.5㎞ 연장의 송·배수관로, 어린이공원을 설치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공사가 한 창이던 2019년 9월 A씨 소유의 땅에 10~15m 길이의 관로를 묻었다.

A씨의 땅은 관로가 묻힌 토지 뿐만 아니라 배수지와 맞닿은 통행로, 인근 임야 일부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땅들은 대장 상 경계·면적과 실제 토지 현황이 맞지 않아 정정이 필요한 '지적불부합지역'이다. 측량 결과 A씨의 실제 소유지는 대상 상 면적보다 약 198㎡가 줄었다.

이 과정에 A씨는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됐다며 줄어든 토지 대가로 상당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국유지 편입을 위해선 내 땅이 줄어드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셈이다. 시와 주민을 위해 관로는 묻고 결론적으로 자신은 손해를 보게 돼 억울하다"며 "주민들의 불편함은 알고 있지만, 보상 주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공사를 한 상수도사업본부는 차일피일 보상 논의를 미루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실력 행사를 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민들이 다니는 곳은 과거에 밭이었다"며 "주민들이 기존에 다니던 길이 배수지 공원으로 편입돼 길이 막히자 현재의 길로 다니도록 배려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배수관로만 묻은 땅만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줄어든 토지는 실체가 없고, 당초 정정이 필요했던 땅"이라며 "주인 A씨는 공사 관련자로, 관로 공사 3개월 전 문제가 된 땅을 샀다. 이미 자신의 땅이 정정 대상이고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는 협의가 진척되지 않자, 소유권을 주장하며 지난 7월부터 배수지 공원 통행로를 막았다. 길목에 '사유지 통행금지' 현수막과 큰 돌덩이, 울타리를 설치해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이 길은 남구 봉선동과 동구 용산지구를 잇는 길목으로, 50m 반경에 제석산 등산로와 공원이 있어 주민 이용률이 높다.


오랫동안 이 길을 이용하던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봉선동 주민 김모(65)씨는 "공원을 만들어 놓곤 정작 공원을 향하는 길목은 석 달째 막아져 답답하다"며 "오래전부터 남구 봉선동과 동구 용산동 주민들이 오가는 길인 만큼 대체로라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동구 용산동 주민 박모(59)씨는 "주변 등산로와 공원, 아파트가 위치하고 있어 이용률이 높다"며 "관할지인 남구와 공사 주체인 시 상수도사업본부에 해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해결이 안된다. 불편을 헤아려 관련 기관이 힘을 합쳐달라"고 토로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보상 협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강제수용 절차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는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당초 변경된 지적을 잘 알아보지 않고 사유지를 국유지로 판단, 관로를 매설한 것 같다"며 "통행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대체로를 만드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사유지라 하더라도 대체로를 마련하지 않은 채 주민 통행로를 막은 것은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다'며 땅 주인을 설득하는 등 중재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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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영광 / 나권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