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손 들어준 '로톡', 변협은 불복…'리걸테크' 향방은?

공정위, 변협 매우 위법 판단…최대 과징금 10억씩
심의 늦어져 1년3개월 만에…"피심인 방어권 보장"
"명명백백한 불공정 행위", "리걸테크 유니콘 탄생"
변협 "불복소송 제기"…공정위 "미이행시 고발조치"

 공정거래위원회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사이에 이어진 긴 싸움에서, 변협에 최대 과징금을 물리며 로톡 손을 들어줬다. 벤처업계는 리걸테크(첨단기술을 활용한 법률서비스)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변협이 불복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신동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변협이 소속 변호사들에게 로톡 탈퇴를 요구하고 미이행시 징계를 예고한 행위는 로톡 서비스 이용 금지를 실질적으로 강요한 것"이라며 "소속 변호사의 사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매우 위법하다고 판단, 변협·서울변회에 과징금 각 10억원 씩 총 20억원을 부과했다. 10억원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액이다.

다만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생명·안전과 관련이 없고 (변협이) 과거 위법한 전력이 없으며, 변협 결정이 이사회나 총회 의결 등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개인을 고발해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1년 여 만에 마침표 찍기까지…로톡 회원수 절반으로 '뚝'

로톡은 변호사에게 광고료 명목 등으로 월 정액을 받고 광고를 실어주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이다. 변협은 지난 2021년 5월 로톡 가입 변호사를 벌하기 위해 변호사 광고 규정 등을 손 본 뒤 8월 조사에 착수하는 등 징계 절차를 밟았다. 소비자에게 가입 변호사의 광고를 보여주는 로톡의 운영 방식이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소개 및 알선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변협의 이런 움직임에 로톡에 가입한 상당수 변호사가 징계를 우려해 탈퇴했다. 공정위는 그해 11월 변협의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해당 징계 행위가 현행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그로부터 약 1년3개월 만에 나왔다.

심의가 늦어지는 과정에서 로톡의 출혈은 컸다. 변협과 갈등이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수익 악화를 겪어야 했다. 지난해 3월 4000명에 육박했던 가입 변호사 수는 올해 들어 절반 수준이 됐다.

신 국장은 "지난해 6월 헌법소원이 결정된 뒤 변협에서 추가로 의견서를 제출해 검토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며 "지난 10월 심의 일자가 잡혔지만, 변협에서 추가 의견을 낼 게 있다며 연기를 신청했다. 피심인 방어권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했는데, 그 요청 이유가 변협 회장 선거 때문이었는지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로톡 "불공정 행위 드러난 결정"…벤처·스타트업에 희망을

로앤컴퍼니를 비롯한 업계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로앤컴퍼니는 입장문에서 "변협의 로톡 탈퇴 종용 행위가 불법이자 불공정 행위임이 명명백백 드러났다"며 공정위 결정에 감사를 표했다.

향후 비슷한 플랫폼과 벤처업계가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로앤컴퍼니는 "로톡과 같은 혁신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이번 결정은 한 줄기 빛과도 같다"며 "기존 사업자단체와 갈등으로 힘겨운 상황을 마주한 모든 스타트업이 큰 희망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혁신벤처협)는 "특정 직역 이기주의 대신 혁신에 손을 들어준 결정"이라며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통해 혁신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을 촉진한다는 공정위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국내에서도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리걸테크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불복한 변협…물러서지 않는 공정위

변협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변협은 "변호사 중개플랫폼 서비스 이용금지의 근거가 되는 규정을 제정해 소속 변호사들에게 안내한 행위는 근본적으로 행정행위에 해당해 공정위의 관장 사항을 벗어난다"며 "공정위가 결과를 정해 놓은 상태에서 억지로 끼워 맞추기 심사를 진행해 부당하게 제재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정위는 "공익적 성격을 갖고 수행한다고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제외되거나 법무부 등 다른 국가 기관과 동일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법무부에서 이미 공식적으로 '로톡 서비스는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고, 따로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재반박했다.

변협은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사법절차를 밟아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정위는 "불복은 피심인의 권리다. 변협이 불복한다면 저희도 최선을 다해 소송에 대응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변협이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더라도 가입과 탈퇴 종용만 하지 않고 징계를 바로 내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신 국장은 "앞으로 로톡 서비스 이용을 이유로 탈퇴를 요구하거나 이로 징계하는 것 자체가 시정명령 취지에 반하기에 그렇게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시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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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