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 지시를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치안감의 부인 전임순 여사와 아들 3명은 이날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강제 해직과 불법 구금·고문 후유증으로 순직한 안 치안감 위자료와 미지급 유족 연금 일시금 등 5억 6000만 원을 배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안 치안감은 1980년 5·18 당시 전남도경찰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민주화운동을 진압하던 경찰관에게 무기 사용을 금지했다.
경찰 지휘관이 시민·학생들을 보호하고, 부상·희생자가 없도록 노력하라고 했다. 군 집단발포 때는 경찰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후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 체포·구금돼 보안사령부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안 치안감은 직무 유기 누명을 쓰고 1980년 5월 26일 직위 해제됐다. 일주일 뒤 강제 해직됐고, 고문 후유증으로 8년간 투병하다 1988년 순직했다.
유족은 고인이 신군부의 헌정 질서 파괴 범죄에 맞서 경찰 본분을 다했는데도 불법 체포·구금·고문·사찰을 당한 점,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숨진 점, 오랜 시간이 흘러 명예 회복이 이뤄진 점 등을 이유로 국가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5·18 당시 국가 폭력과 불법 행위의 중대성, 인권 침해 행위 재발 방지 필요성, 정당 행위를 했던 공무원들이 제대로 보상받아야 할 필요성 등을 종합해 위자료 청구 액수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유족 법률 대리인 임선숙 전 광주변호사회장은 "안 치안감의 강제 해직·고문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배상이 없었다"며 "국가 폭력에 맞선 공직자의 의행이 제대로 인정·보상받을 수 있게 소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 치안감은 민주 경찰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5·18민주유공자로 선정됐다. 2005년엔 서울 국립현충원 경찰 묘역에 안장됐으며 2006년 순직을 인정받아 국가유공자가 됐다. 정부는 유족에게 미지급 급여만 줬다. 재직 기간을 고려한 퇴직금과 유족 연금 일시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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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