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백신피해가족협, 국회서 정책 간담회
"시간 흐르며 슬픔 커지고 삶의 의지 약해져"
여야 "국민 납득 못 하면 접종 거부감 커져"
"시간이 지날수록 슬픔은 더 커지고 삶에 대한 의지는 약해지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의 장성철 부회장이 목멘 소리로 외치자 고인의 영정을 든 유가족들이 흐느낌도 한층 커졌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등 일상회복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가족을 잃은 이들의 한숨은 그대로다.
21일 국회를 찾은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자와 유족들은 입을 모아 여야 의원들에게 조속한 백신접종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부작용 피해보상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는 코백회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민주당 강훈식 의원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유가족들은 모두 검은 조끼 차림에 가슴에는 백신 접종 후 숨진 가족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자리했다. 간담회 내내 유가족들의 간헐적 오열이 이어졌다.
발제에 나선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 유행 초기인 2020년 질병관리청의 백신 부작용 판단 기준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개정 전 옛 기준을 적용했었다며 "이러면서 WHO 지침을 썼다고 하는 건 마치 2G폰을 쓰면서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인과성 판단과 보상의 기계적 연결 ▲불투명한 판단 절차 ▲협소한 보상 범위 등도 문제였다고 비판한 뒤 "인과관계가) 불분명해도 어떻게 보상할지는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안전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사회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심사위원을 지낸 강윤희 박사는 정부가 30만원 소액 피해 보상 건수를 대폭 늘렸다며 "마치 피해 보상을 상당히 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는 유럽질병청이 지난 1월 발표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특별관리 이상반응' 질병으로 지목한 41개 항목을 우리도 인과관계 심사 대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장성철 코백회 부회장은 "백신의 부작용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도덕적 해이와 보상비용등을 핑계 대지 마시고 백신부작용을 인정을 전제로 피해보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국민들에게 잃은 신뢰를 회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신피해자 가족들은 사망한 가족과 백신부작용으로 치료중인 가족들을 생각하면 매일 눈물을 흘리고 있으며, 밤에는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사랑하는 가족은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하루라도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서 최대한 이 슬픔을 잊고 살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여야 의원들도 고통받는 국민의 피해 구제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여야 간사들과 피해자를 대변할 전문가, 전문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최종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보상 관련 특별법 복지위 대안 발의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춘숙 복지위원장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접종에) 참여해준 국민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며 "국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보상과 지원에 그친다면 또다른 감염병이 유행할 때 백신 접종의 거부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간담회에 참석한 질병관리청 조경숙 코로나19예방접종피해보상지원센터장은 "오늘 주신 말씀을 잘 들었다"며 "많이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정부가 진일보한 방안을 만들도록 국회와 심도있는 논의를 더 해나가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좀 더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이 짤막한 입장을 밝힌 뒤 곧바로 자리를 뜨자, 유족들은 "저분은 왜 가느냐", "가면 안 되죠", "도망가네"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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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