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당사자 동의 없이 병력 공개
징계와는 무관…인권위 경고처분
1심 "인격권 침해…경고처분 정당"
소속 직원의 동의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그 병력을 공개한 법무부 간부에게 내려진 국가인권위원회의 경고 처분은 정당하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해당 직원의 징계 심사 중 병력이 공개됐는데 법원은 병력과 징계사유에는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공개 자체로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법무부 간부 A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국가인권위원회권고처분무효 등 청구 소송에서 지난 1월26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무부 과장급으로 근무하던 B씨는 부하직원 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 계속돼 품의유지 위반을 이유로 2019년 1월 해임처분을 받았다. B씨는 여기 불복해 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 취소를 구하는 소청을 제기했다.
A씨는 같은 해 4월 해당 소청심사위에 법무부장관을 대리해 출석했는데 최후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B씨의 과거 병력을 언급했다. B씨의 사전 양해나 동의는 없었다.
이에 B씨는 A씨의 최후발언이 자신의 인격과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같은 해 8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 대한 서면경고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다.
A씨는 ▲B씨의 병력이 징계양정에 활용된 사실이 있는 점 ▲소청 심사는 비공개로 진행돼 병력 등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사생활 등 침해로 보기 어려운 점 ▲권고 중 재발방지 대책 마련 부분이 막연한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인권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앓았던 질병이 징계사유였던 부적절한 발언 등이 있었던 시기보다 나중에 발병했으므로 B씨에 대한 징계처분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병력을 본래 목적과 달리 소청심사위 참석자들 전원에 공개한 것은 그 자체로 B씨의 인격권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봤다.
아울러 "인권위 권고와 해당 국가기관 업무 특성 사이의 정합성을 고려할 때 권고 내용은 다소간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며 "인권위법에서 권고 불이행시 서면보고 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월31일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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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