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가량 트렁크 열어 후면 번호판까지 가려
선고유예 받고도 상습 범행…1심 "처벌 불가피"
불법주정차 단속 지역에서 차량 앞뒤 번호판을 모두 가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송기사가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항변했지만 1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황상 피고인이 단속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트렁크를 약 1시간 동안 열어둬 후방 번호판을 가린 점 등을 감안하면 고의성이 짙다는 판단이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A(54)씨에 대해 지난달 26일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10일 밤 서울 서초구 인근 불법주정차 단속 지역에서 차량을 노상에 주차하며 전후면 번호판을 고의로 가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A씨가 차량 앞쪽에 보냉가방 여러개를 놓아 전면 번호판을 가렸고, 후면의 경우 트렁크를 열어 번호판을 일부러 가려 단속을 피했다고 의심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은 택배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고,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 고의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보냉가방을 차 앞쪽에 둔 것은 택배차량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조치였고 트렁크를 열어둔 것 역시 업무 차원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판사는 이 같은 주장을 배척했다.
이 판사는 사건 당시 A씨가 차량을 주차하면서 해당 지역이 단속 지역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다고 봤다.
현장 사진을 확인한 결과 A씨가 보냉가방을 번호판과 간격을 두고 놔뒀더라도 택배차량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데에는 고의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 판사는 A씨가 상습적으로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한 점, 단속 지역에서 1시간에 달하도록 트렁크를 열어둔 점도 법 위반에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고의로 차량 등록번호판을 알아보기 곤란하게 한 것은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동종 범행으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음에도 재차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처벌은 불가피하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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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