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해 도피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추가로 각각 선고받은 이은해(32·여)씨와 조현수(31)씨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이씨와 조씨는 일명 '계곡 살인사건'으로 1심과 2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받은 상태다.
인천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김용중) 심리로 9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씨와 조씨에게 검찰은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은해씨와 조현수씨는 범행의 처벌을 피하고자 공범들과 긴밀하고 계획적·조직적으로 도피해 범행의 중대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해 엄벌이 필요하다”면서 “이씨 등은 정작 반성을 하고 있지 않아 강한 형량의 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이은해씨와 조현수씨의 범인도피교사 혐의 가운데 각종 불법사이트를 관리하거나 홍보해 도피자금을 마련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관련 공범들의 진술과 압수한 USB 등이 증거를 통해 충분히 유죄로 입증될 것이라 판단된다”며 “제출한 증거와 항소이유서를 면밀히 검토해 시정해달라”고 말했다.
이은해씨는 최후 변론을 통해 “죄를 짓게 돼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다.
조현수씨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희로 인해 피해를 보신 분들에게 다시한번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판사님께서도 옳으신 판단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들의 선고공판은 다음달 16일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은해씨와 조현수씨의 행위가 스스로를 도피시키기 위한 행위지만 일반적인 도피 행위의 범주에서 벗어났다"면서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유발하거나 방어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해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씨 등이 도피기간에 각종 불법사이트를 관리 및 홍보해 수익금으로 도피생활을 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선 직접적, 객관적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무죄로 인정한면서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이은해씨와 조현수씨는 지난 2021년 12월13일 검찰의 1차 조사를 마친 뒤 같은날 A(33)씨와 B(32)씨에게 도피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씨 등으로부터 도피를 교사받은 조력자 A씨 등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에 있는 오피스텔 등 도피은닉 장소 2곳을 임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지난 1월부터 4월16일까지 이씨 등이 A씨를 통해 각종 불법사이트를 운영했고, 이 대가로 A씨로부터 오피스텔 월세와 생활비 등 도피자금 19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범인도피 혐의로 먼저 구속기소된 조력자 A씨와 B씨는 지난 2월 9일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과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한편 '계곡 살인사건'은 이은해씨와 공범 조현수씨가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씨(사망 당시 39세)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들이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봤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이씨와 조씨에게 각각 무기징역,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원심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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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