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검거해 4명 구속…총책 등 추적 중
투자전문가 사칭해 리딩방 회원에 접근
비상장주식, 고수익 투자상품으로 속여
허위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1주당 500원인 비상장주식이 곧 상장된다고 속이고 2만5000원에 판매해 약 200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총책과 공범을 추적 중이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무인가 영업행위 금지) 위반, 범죄단체 조직·가입 혐의를 받는 A(22)씨 등 23명을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검찰로 송치했다. 이 중 4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 대여해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를 받는 이도 검거돼 불구속 송치됐다. 다만 경찰은 총책인 장모(46)씨와 추가 공범에 대해선 계속 추적 중이다.
이들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허위 투자자문업체 P사를 운영하며 장씨가 운영했던 주식리딩방 회원 중 비상장주식 투자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접근, 비상장주식 14개 종목을 상장이 임박한 고수익 투자상품으로 속여 판매한 대금 19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500원짜리 주식, "상장된다"며 2만5000원에 판매
장씨 일당은 보통 1주당 액면가 500원인 주식을 2만5000원으로 부풀려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에게는 1~2년 뒤 상장되면 투자금의 3~6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장씨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합법적으로 운영하던 주식리딩방 회원 2000여명 중 비상장주식 투자에 관심있는 이들을 특정해 범행에 나섰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50%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으로,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자만 756명이다.
피해자들 중 일부는 대출을 받거나 전세금을 활용해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파산 신청에 나선 이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장씨 일당은 비상장주식이 곧 상장될 것처럼 허위 홍보하며 판매한 뒤에도, 손실보상팀을 꾸려 손해액을 보전해주겠다며 재차 가상화폐(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하는 등 사기 범행에 나섰다고 한다.
◆합법 투자자문, 불법 전환…가명·대포폰·대포통장 동원
경찰은 장씨가 주식리딩방을 운영하며 정상적인 투자자문업을 이어오다가, 범행을 저지를 의도로 허위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며 범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는 주식리딩방을 운영할 당시 알고 지내던 직원과 지인을 동원해 불법 투자자문업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 일당은 여러 허위 업체명을 활용하며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본사와 지사를 갖춘 채 범행에 나섰다. 지사는 본사로부터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받아 범행한 후, 범행 수익의 25%를 받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해외 기반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며 가명, 대포폰으로 피해자들과 연락하며 대포통장으로 판매 대금을 입금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서울 도봉구와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지사를 압수수색해 대포폰 65대, 컴퓨터 하드디스크 24개, 차량의 트렁크에 있던 현금 약 1억원을 압수했다. 또 일부 범죄 수익 중 장씨 계좌에 있던 7억원에 대해 지난 5월4일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5월10일 이를 인용했다.
경찰은 비상장주식의 상장을 기대하며 신고를 주저하는 피해자들에게 피해 내용을 듣기 위해 오픈채팅방이나 포털사이트를 활용해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고 한다.
경찰은 장씨를 추적하는 한편, 서울과 경기도 외 지역에 지사가 더 있다고 보고 추가 공범을 물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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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