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서 뇌출혈로 쓰러진 여직원 방치해 사망
1심 "고의로 살해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 선고
2심 "내연관계 드러날까 두려워 방치" 징역 8년
대법 "법리 오해한 잘못 없다" 살인 유죄 인정
뇌출혈로 쓰러진 내연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국토연구원 전 부원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국토연구원 전 부원장 A(60)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의 설명이나 의견에 관한 증거법칙을 위반하거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인과관계, 부작위와 작위의 동가치성, 고의, 보증인적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8월16일 세종시에 있는 자신의 숙소에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여직원 B씨를 구호 조치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쓰러진 B씨를 끌고 나와 자신의 차량에 태워 약 4시간 동안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거주지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결국 B씨는 숨졌다.
1심은 "피고인에게 구호 조치 의무가 있으나 피해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시반이 확인되는 등 사망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이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2심은 A씨가 B씨의 상태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음에도 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징역 8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심은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 도착 전까지 지시에 따라 조치를 취함으로써 최소한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했지만 이를 하지 않아 부작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의 뇌출혈은 기저핵 뇌출혈로 기도를 유지한 채 응급실로 호송했을 경우 피해자가 목숨을 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데 핵심 경과를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죽을 것을 인식했음에도 자신의 내연관계가 드러나 사회적 지위 등이 실추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해 미필적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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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