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에 "권한남용", "시장개입"
한기정 "구체적 제보에만", "인위개입無"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금융권부터 교육·유통·통신·게임에 이어 사교육까지 연이어 조사의 칼날을 휘두르자, 기업을 압박하는 '권한남용'이자 '시장개입'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부인하는 동시에 민생과 밀접한 업권 전방위로 모니터링할 것을 예고했다.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한기정 위원장은 전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국민·국가에 큰 부담이 된다. 사교육 시장이 거짓·과장광고로 학생·학부모 불안심리를 증폭시킨다"며 "이 같은 표시광고법 위반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월부터 민생과 연관된 시중은행과 3대 이동통신사를 시작으로 현장조사를 이어갔다. 보험과 카드사까지 금융권까지 조사를 확대했으며, CU·GS25 등 편의점, 최근에는 이마트24까지 유통업계 조사에도 나섰다. 이달에는 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 등 게임사를 대상으로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데 이어 사교육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객관적 근거 없이 특정 강사가 해당 분야 1위란 표현을 사용하거나 재수 성공률이 가장 높다고 표현한 광고 등을 제재한 바 있다"며 "교육부가 개설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통합신고센터에서 제공받은 내용대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정위 조사는 대통령실 주문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대통령실은 금융·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고 실효적인 경쟁 시스템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계속된 가운데 공정위 압박 카드도 나온 바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앞서 "원료는 많이 내렸는데 객관적으로 제품 값이 높은 것에 대해서는 경쟁을 촉진하도록 공정위가 담합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유통 구조도 면밀히 살펴 구조적 안정을 취하는 쪽으로 가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올해 공정위 조사가 더 늘어난 것을 두고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도 가만히 있는데 왜 공정위가 나서냐. 권한 남용아니냐"라고 지적했고,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런 발언 하나하나, 조사 하나하나가 개입이자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다른 업계에서도 "담합 조사라는데 막상 나와서는 이를 포함 전체를 살펴본다는 게 업권 길들인다는 뜻 아니겠나", "총선 앞두고 공정위가 실적 올리려는 것" 등 비판했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정부 정책에 따라 달라지는 내부 분위기를 지적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기업들이 활동하기 좋게 규제완화해주는 정책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그 때는 지금보다 조사를 덜 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확실히 최근 내부에서 조사를 많이 나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공정위 조직 개편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 3월 공정위는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조사와 정책을 분리하는 방식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단박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조사의 특성 상, 조사만 담당하는 직원들이 늘어난 것도 올들어 조사가 늘어난 계기란 설명이다.
이에 한 위원장은 전일 브리핑에서 조사 관련 업권에서 제기되는 의혹 관련 "공정위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특정 목적으로 (조사에) 임하지 않고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 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 조사를 한다는 원칙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조사와 정책이 분리된 뒤 조사권을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조사가 최근 활발해졌다는 부분이 조사권을 남용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공정위가 갖고 있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는 측면으로 봐 달라"며 "여러 분야를 좀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민생 관련 조사를 확대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에 담합 관련 이야기가 많다"며 "올해 업무계획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민생과 밀접한 분야, 기관 산업과 관련된 분야에 특히 상시 모니터링 계획을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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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