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호종료아동 1740명…사후 관리 대상 20%는 '연락두절'

국회 입법 조사처 '자립 준비 청년의 자살' 보고서
보호종료아동 1만명…50%는 '자살 생각 해봐' 답변
연구진 "정신 건강 지원 강화…바우처 횟수 늘려야"

지난해 아동복지 시설과 위탁 가정을 떠나 홀로 서기에 나선 자립 준비 청년이 1740명에 달했다. 문제는 이렇게 보호가 종료된 전체 사후 관리 대상자 중 20%가량이 여러 이유로 연락이 안 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보호 종료 청년의 마음과 정신 건강에 대한 지원이 더욱 두터워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18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립 준비 청년의 자살: 자립 지원 제도가 갖춘 것·갖추어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보호 종료 아동은 1740명이고 누적으로는 1만1403명에 달한다. 이들 사후 관리 대상자 중 연락이 두절된 청년은 2021년 기준 2299명(20.2%)에 이른다.

보호 대상 아동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양육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복지 시설 또는 위탁 가정에 맡겨진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끝나 자립 준비 청년으로 독립하게 된다. 다만 본인이 원할 경우, 만 24세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해 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다.

보호 종료 이후에는 정부가 마련한 자립 지원 제도에 따라 1500만원의 자립 정착금이 지급된다. 또한 5년 동안 본인계좌로 월 40만원의 자립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또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자립 지원 전담기관에서 보호 종료 후 5년간 사후관리 등의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학대와 방임, 가정폭력 목격, 부모의 사망, 가족의 수감 등 부정적인 유년기 경험이 높은 만큼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복지부가 지난 2020년에 실시한 '보호 종료 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보호 종료 아동의 비율(50.0%)이 절반에 달했다. 보호 종료 예정 아동의 경우도 42.8%나 됐다. 절반가량이 심리적, 정신적으로 위태로운 상태인 셈이다.

보호 종료 연차가 높을수록 자살 위험 역시 높아졌다. 보호 종료 1년 차 가운데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비율은 43.5%였으나 3년 차에는 56.4%로 늘었다. 이들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로 '경제적인 문제'(33.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연구진은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심리·정서적 지원에 대한 제도가 필요하지만 자립 지원 제도 중 심리 및 정서 지원 제도가 가장 미약하고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보호 대상 아동과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한 심리 정신건강과 지원은 다른 지원 제도에 앞서서 마련돼야 하는 선행 지원이어야 한다"며 "심리·정서가 취약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다른 지원 제도가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복지부에서는 1대 1 전문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청년 마음 건강 바우처 우선지원대상'에 자립 준비 청년과 보호 연장 아동을 포함해 지원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침상 우선순위 지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용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우선적 서비스 수혜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회기에 10회에 그치고 있는 지원 상한 횟수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자립 지원 전담 인력의 1인당 담당 인원 수도 줄여 대면 접촉 기회를 늘릴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호 종료 청년을 돌보는 자립 지원 전담 인력은 올해 7월 기준으로 161명이다. 즉 1인당 71명의 상담을 담당하는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영국 사례와 같이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24시간 전용 상담 창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영국의 도싯(Dorset) 의회는 24시간 정서 심리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보호 종료 청소년은 'Ask Ja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상담심리치료협회(BACP) 인증 전문 상담사와의 전화 상담을 24시간 받을 수 있다. 요청이 있다면 전문 상담사와 1대 1 면담도 가능하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