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힘 잃은 공정위…과기부로 주도권 이관될 듯

범부처 정책협의체서 자율기구 법적 근거 마련 논의
과기부가 주도…"공정거래법 관계없어 논의 안 해"

정부가 범부처 과제로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의 법적 근거 마련에 본격 나서기로 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의 규제방안은 논의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자율기구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서기로 하면서 공정위의 역할이 사실상 크게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과기부는 온라인 플랫폼의 자율규제 기구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출범한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가 운영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자율기구 운영 고도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지난 29일 기획재정부 주재로 개최한 '제3차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논의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대한 실태 조사를 정례화하고 자율규제 이행점검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이 자리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을 포함한 공정위 주도의 독과점 규제방안은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1년 동안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고 더 잘 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지를 다지고 상호 간에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초 정부는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발족 당시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 원칙에 따라 플랫폼 정책을 추진하되 법적 근거 마련, 자율규제 방안 제도화, 통합 실태조사 등을 통해 자율규제를 뒷받침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구체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정거래법'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민간 자율기구의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는 한편 공정거래법에 자율규제 참여기업 인센티브 제공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20년부터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제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플랫폼 규제는 '자율규제' 방침으로 돌아섰다. 이에 온플법 제정 여부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섰고 공정위는 입법보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듯 했다.

이 가운데 자율규제와 관련한 법적 근거 마련 주도권이 과기부로 넘어갔고 공정위는 좀처럼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언급됐던 자율기구와 관련된 근거 마련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문제도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율기구 법적 근거 마련과) 공정거래법과는 관계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 정책협의체에서 공정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갑을' 관계나 소비자 분야 중심으로 주관하는 부처기 때문에 정책협의체의 주요 멤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갑을' 관계나 소비자 분야와 밀접한 플랫폼 독과점 문제 대응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는 "앞으로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정부 내에서 하던 원론적 이야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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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