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남긴 집에서 쫓겨날까봐' 불 지른 60대, 2심도 징역형

스승과 함께 살던 집에 불을 지른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일반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6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25일 오후 6시께 전북 남원시 한 목조 주택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1년부터 무속인 스승 B씨 집에서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2019년 사망한 뒤에도 홀로 해당 집에서 살았다.

A씨는 그러던 중 지난 2월 이웃으로부터 B씨 동생과 조카가 B씨 집으로 이사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B씨 가족들이 자신을 쫓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B씨 집에 불을 지르기로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행 당일 부탄가스와 토치를 이용해 집 안에 있던 이불, 옷가지, 양초 더미 등에 불을 붙여 천장과 바닥, 벽 기둥으로 불을 번지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 "내가 살고 있는데 갑자기 B씨 가족들이 이사를 온다고 하니 화가 났다"며 "집에 불을 지르고 교도소에 가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A씨 범행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B씨 집과 창고는 모두 불에 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주택 소유주로부터 직접적인 퇴거 요청을 받지 않았는데도 생활고에 시달리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성급하게 불을 질렀다"며 "자칫 피고인 범행으로 큰 재산·인명상 피해로 확대될 수 있었던 점, 원심에서 이미 자수한 부분을 감안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원심형은 합리적이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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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회부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