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낙찰받은 토지에 불법 건축물이 있다는 이유로 농지취득 자격을 불허한 지자체 처분은 위법이라는 행정소송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사전에 불법 건축물 단속 의무를 다하지 않은 지자체가 농업인에게 농지 원상 복구 책임을 떠넘겼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A씨가 전남 보성군 조성면장을 상대로 낸 농지취득 자격 증명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6일 보성군 조성면 토지 4필지에 대한 경매 절차(순천지원 공유물 분할 경매사건)에 참여, 최고가 매수 신고인이 됐다.
A씨는 토지에 대한 농지취득 자격을 신청했으나 지난 1월 25일 반려됐다.
조성면은 "신청 농지에 불법 건축물과 묘지가 있어 원상 복구가 필요하다. A씨가 제출한 복구 방법(협의·철거 절차)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농지취득 자격을 불허했다.
A씨는 "불법 건축물 소유자와 협의를 통해 농지로 원상 복구하는 것이 가능한데도 조성면이 위법한 처분을 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조성면이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 3795㎡는 과수원으로 활용되는 농지고, 불법 건축물은 128㎡에 불과하다. A씨는 토지에서 키위 등을 재배할 예정이다. 토지와 불법 건축물 위치·형태를 고려해도 원상 복구 여부와 관계없이 토지 대부분을 농지로 사용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고 봤다.
이어 "경매로 농지를 낙찰받은 사람은 농지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 농지로 원상 복구를 할 수 있는 법적 권원이 없기 때문에 기존 소유자가 원상 복구하기를 기대하는 외에 별다른 조처를 하기 어렵다. 이 상황에 농지상 불법 건축물을 이유로 농지취득 자격 증명의 발급이 거부되면, 경매 절차에서도 매각 자체가 허가되지 않고, 농지 불법 전용도 장기화돼 농지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농지법 입법 목적에도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성면은 농지의 불법 전용을 단속해 농지의 현상을 유지·관리할 책임이 있다. 조성면이 불법 전용에 책임이 없는 경매 절차 최고가 매수 신고인인 A씨에게 농지취득자격 증명 발급을 거부한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부당하다. 조성면이 애초 불법 전용을 제대로 단속했다면, A씨가 보다 쉽게 토지를 농지로 원상 복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조성면은 이 사건 각 토지 공유권자를 비롯해 경매사건 입찰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농지취득자격을 발급해 줬다. A씨에게만 취득자격 신청을 반려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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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