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보안법 위반' 하연호 대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

"방대한 증거 배심원 앞에서 증거조사 사실상 불가능"고려
하 대표 측 항고 가능성 높아…대법 판단 전까지 재판 중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연호(70) 전북민중행동 공동상임 대표의 국민참여재판이 무산됐다. 재판부가 방대한 자료 등을 이유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내려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이용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 대표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배제결정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배제 결정을 내렸다. 해당 법은 국민참여재판 진행 시 현저한 절차 지연 등으로 피고인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배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약 6년 이상 피고인과 공작원 사이에 이뤄진 회합 및 연락 내용, 그 경위, 관계 등 정황 증거들에 관해 구체적으로 심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점, 검사가 1만 6000쪽에 달하는 증거를 배심원들 앞에서 일일이 낭독 또는 고지, 열람 제시 방법으로 증거 조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이 사건 수일에 걸쳐 공판기일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이는 배심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 측은 이번 재판부의 결정에 항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31일 하 대표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하 대표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배제 결정이 날 경우 항고를 통해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도 받아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3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이 나면 피고인 측은 7일 이내에 항고할 수 있다.

실제로 하 대표 측이 항고를 할 경우 재판은 대법원의 판단이 있기 전까지 중단된다. 하지만 현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임명동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태인 만큼 대법의 판단이 언제 결정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현재 안철상 선임대법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양한 사건도 많아 하 대표의 본격적인 재판은 당분간 치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하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베트남 하노이, 중국 북경·장사·장가계에서 회합하고, 회합 일정 조율과 국내 주요 정세 등 보고를 위해 이메일을 이용한 기타 통신으로 북측과 연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가보안법 8조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황을 알면서 반국가단체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 방법으로 연락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9일 하 대표 자택·차량·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제주·경남 등에서 진보·통일 인사 7명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경찰청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지난해 12월 28일 하 대표 사건을 전주지검에 송치했다. 검찰도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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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