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퇴계로 일대, '녹지생태도심' 변신…재정비계획 주민 공람

종묘~퇴계로 일대 재정비, '녹지생태도심' 전환
업무 인프라·1만세대 주거단지…문화기능 강화
"이주비, 영업보상 충분히…대체영업장도 고려"
박원순 시장 시절 설치한 공중보행로 철거 불가피

종묘~퇴계로 일대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공람에 들어간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종묘와 퇴계로 일대의 재정비를 통해 약 14만㎡규모의 공원과 녹지가 조성된다.



변경안에는 종묘에서 퇴계로 일대 약 43만㎡ 부지를 대규모 녹지공간과 업무 및 주거용 건물, 문화·상업시설이 어우러진 '녹지생태도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민간 재개발 시 반영해야 할 지침을 담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도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정비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됐다.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97%에 달하며, 붕괴나 화재 등에 취약한 목조 건축물도 57%에 이른다. 특히 이들 건축물 중 40% 이상이 현 소방시설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며, 화재 시 소방차 진입에 필요한 최소 폭 6m가 확보되지 않는 도로도 6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171개 정비구역으로 쪼개져 있다. 이 중 24개 구역만 사업이 추진되고, 147개 구역은 정비구역 해제에 직면했다. 서울시는 147개 구역을 23개 구역으로 통합하고 규제를 완화해 민간 재개발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시는 세운지구를 글로벌 신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쾌적하고 건강한 녹지생태도심', '경쟁력 있는 활력창조도심', '매력 넘치는 고품격 문화도심'이라는 3가지 중점 목표를 세웠다.

먼저 녹지생태도심으로 변화시킬 계획이다. 세운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PJ호텔, 인현(신성)상가, 진양상가 등 상가군을 단계적으로 공원화하면 지구 내 약 13만9000㎡에 달하는 녹지가 확보된다. 시에 따르면 상가군 하나당 매일 가격은 1000억원 내외다.

이 곳에 북악산에서 창덕궁과 창경궁, 종묘,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이 조성되고, 종묘 등 역사문화자산을 보다 돋보이게 하는 역사경관축이 만들어진다. 종로에서 퇴계로에 이르는 상가군이 녹지로 전환되면 단절된 도심의 동서간 흐름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을지로 일대 업무·상업시설 개발 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100만㎡ 이상의 신산업 인프라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과 도심공원 일대에는 도심 공동화를 막고 직주 혼합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약 1만 세대의 도심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시는 세운지구 내 주택개발 시 공급주택 수의 10%를 도심형 임대주택으로 확충해 직장인, 청년, 신혼부부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 영화산업의 상징적 공간인 충무로 일대를 다시 한번 도심 문화거점으로 활성화한다. 민간 재개발 시 공연장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문화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공공에서는 을지로 일대 도심공원 하부에 1200석 규모의 대규모 뮤지컬 전용극장을 건립한다.

이번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는 이 같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부문 별 계획도 함께 담겼다.

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세운상가군 전체를 존치정비구역(공원용지)으로 지정한 후, 향후 주변 개발과 연계해 기부채납을 받거나 통합재개발 등을 통해 공원으로 조성한다.

다만 을지로 일대가 중심상업지역으로 고밀개발되면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원과 문화·여가 시설 공급이 필수적이므로 삼풍상가와 PJ호텔을 도시계획시설 공원으로 결정해 기반시설을 우선 조성할 계획이다.

정회원 서울시 도심재창조과장은 "삼풍상가, PJ호텔 소유주와 올해 초부터 협의했다. 삼풍상가의 경우 아직 실소유주를 만나진 못했고, PJ호텔 소유주와는 여러 차례 만났지만 아직 원만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면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언급한 수용방식을 두고는 "소유주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매입을 하려고 한다. 수용은 최종 절차"라고 언급했다.

정비구역과 일부 상가를 통합해 재개발하는 방안도 담겼다. 중구청 일대 6-4-1구역과 인현(신성)상가가 통합개발 대상이다. 해당 구역은 물론 다른 구역도 주민들이 상가군과 통합개발을 원하는 경우, 시는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공에서 정비계획을 수립하거나 직접 사업을 시행해 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정 과장은 "인현상가 위에 신성아파트 주민들은 주거지가 노후했으니 재개발을 원한다는 의견을 주셨다. 최근 주민 면담에서도 옆구역과 통합을 희망했다"면서 "정비계획 수립은 통상적으로 민간이 하지만, 통합구역은 공공이 직접 개발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운지구 인근 상인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에 시는 변경안에 지역 영세사업자에 대한 대책도 담았다. 시는 재개발 시 민간 사업자가 영세사업자에 대한 법적인 보상 외에 임시상가 설치, 우선 분양권·임차권 제공 등 세입자 대책을 마련하는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정 과장은 "법에서 정하는 이주비와 영업보상을 충분히 할 생각"이라며 "당분간 이 지역에서 영업이 필요하다면 대체 영업장 마련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운상가군의 대대적 변신에 따라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시절 건립된 공중보행로는 철거가 유력해졌다. 공중보행로는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을 연결하는 것으로,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공중보행로는 재정비촉진사업과 직접 연관이 없기에 변경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시는 이번 주민공람을 시작으로 지역주민, 시민, 각계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내년 2월께 고시되면 행정절차를 거쳐 2026년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종묘~퇴계로 일대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핵심 선도사업인 만큼 신속하게 정비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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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