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안 풀려서"…둔촌주공 전매제한 풀렸지만 분양권 매물 '0'

15일부터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매물은 0건
"실거주 의무 안 풀리면 분양권 매물 못 올려"
1·3대책 이후 올랐던 서울 분양권 거래도 급감

정부의 전매제한 완화 정책으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단지들의 전매제한이 속속 풀리고 있지만 세트로 묶이는 정책인 '실거주 의무 폐지'가 불발 위기에 처하면서 분양권 거래는 꽉 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1만2032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분양권 전매가 지난 15일부터 가능해졌지만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입주권'이 아닌 일반분양을 통한 '분양권' 매물은 전무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에 일반 분양권으로 올라온 매물이 2건 잡혀 있지만 이 역시 단순 등록 실수일 뿐 모두 조합원 매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동구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금은 부동산에서 분양권 매물을 올릴 수가 없는 상태다. 포털에 올라온 2건도 조합원 매물인데 잘못 올라온 것"이라며 "전매 제한이 풀려 거래는 가능하지만 정부에서 실거주 의무를 안 풀어줬기 때문에 분양권이 올라오더라도 정상적인 거래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입주권 매물은 이날 기준 416건이나 쌓여있지만 거래도 많지는 않은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29층 입주권이 18억원에 매매된 이후 현재까지 거래 신고가 없다.

입주권은 분양권과 달리 자유로운 매매 및 전세 계약이 가능하지만, 계약 금액에 추가분담금 등 비용이 더 붙을 수 있고 초기자금이 많이 들어 매수 수요자들에게는 부담이 있는 편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조합원 입주권은 추가분담금을 빼고 실거래가 신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이를 합치면 전용 84㎡ 거래금액은 19억5000만원까지도 올라간다"며 "최소원가가 저렴한 매물은 (추가분담금을 합친) 가격이 18억원인 곳도 있지만 이 역시 초기 매수자금이 17억2000만원이기 때문에 (분양권처럼) 계약금만 갖고는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국회에서 막히면서 이처럼 전매 제한이 풀린 단지들에서도 분양권 거래가 막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권 매수 희망자들은 전매제한 완화에 이어 실거주 의무가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분양권을 거래하더라도 실거주는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2021년 2월19일 이후 분양된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일반분양 청약에 당첨된 경우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그 전에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거나 집을 파는 경우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 벌금 처분을 받게 될 수 있다.

이에 분양권 거래는 둔촌주공 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다시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분양권 거래는 10월(4건), 11월(5건)으로 집계됐다. 올 초 1·3대책의 일환으로 4월부터 전매제한이 완화되면서 분양권 거래가 40건으로 대폭 상승한 뒤 5월(40건), 6월(22건), 7월(30건), 8월(20건), 9월(12건)까지도 두자릿수를 유지했지만 10월부터 다시 급감한 것이다.

한편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는 오는 21일 올해 마지막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고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의는 올해 마지막 논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4월께에는 총선 국면이 시작되면서, 내년 5월 21대 국회의 회기 종료와 함께 실거주 의무 폐지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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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