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눈썰매장 개장 이틀 만에 사고
터널 붕괴로 3명 중경상…어린이 포함
충북 청주시가 사상 처음으로 시비까지 들여 만든 눈썰매장에서 개장 이틀 만에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촉박한 시설 설치와 허술한 운영이 맞물리면서 초등학생 등 2명의 중상자와 1명의 경상자를 냈다.
24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18분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 눈썰매장 내 보행통로 지붕이 무너져 이용객 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얇은 철제 구조물에 비닐을 씌운 시설하우스 형태의 경사진 통로 지붕에 인공 눈을 무리하게 뿌린 게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 지붕에 쌓인 5~10㎝ 안팎의 인공 눈이 얼어붙자 하중을 견디지 못한 통로 아래쪽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 사고로 10세 남아와 25세 여성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급대 도착 당시 시민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있을 정도로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식은 있는 상태다.
사고 당시 통로에 있던 나머지 이용객은 찰과상 등을 입고 귀가했다.
소방 관계자는 "사망 피해는 나오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지붕 위 눈이 얼어 붙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눈썰매장은 청주시가 겨울철 꿀잼도시를 조성하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공공 눈썰매장이다. 지난 23일 개장해 내년 2월18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지난 10월17일 긴급 입찰공고를 띄운 뒤 11월2일 평가위원회를 거쳐 시설 설치·운영·해체업체를 선정했다. 입찰에 응한 업체는 2곳이었다.
선정 업체에는 2억9800만원이 지급됐고, 눈썰매장 공사 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시는 눈썰매장 개장을 앞두고 지난 20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시민감사관 11명을 불러 현장점검까지 했으나 터널 지붕 붕괴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운영업체 측의 미숙함도 드러났다.
구조적으로 약한 비닐 지붕에 물 성분의 인공 눈을 쉬지 않고 살포하면서 대형 얼음을 만들어냈다. 겨울 폭설 때마다 시설하우스가 지붕 위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는 피해 사례조차 간과한 셈이다.
이 업체의 눈썰매장 운영 경험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시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며 "일단 사고 수습과 피해자 치료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시민 김모(40)씨는 "눈썰매장이 개장했다고 해 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안 가길 정말 잘했다"며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언제까지 나야 할 것인지 개탄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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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