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정액제에 중도금 무이자 등 혜택
계약조건 달라지면 소급적용하는 혜택도
최근 분양시장 침체로 지방 미분양 문제가 극심해지면서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상 확장 등 각종 혜택을 내놓는 지방 신규 분양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17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경남 김해시 삼계동에서 분양 중인 '김해 삼계 푸르지오 센트럴파크'는 계약금 500만원 정액제를 실시한다. 통상 계약금은 분양가의 10~20% 선에서 정해지지만 일반적인 계약금보다 낮게 정한 금액을 먼저 납부하도록 해 청약자의 초기 자금 마련 부담을 낮추려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공급하는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도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를 제공한다. 여기에 중도금 이자후불제도 적용해 건설사가 대출 기간 동안 이자를 대신 내고 추후 계약자가 납부하도록 한다.
이어 쌍용건설이 강원 춘천시 약사동에서 분양하는 '쌍용 더 플래티넘 스카이'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충남 아산시 권곡동에 한신공영이 선보이는 '아산 한신더휴'는 분양정책에 따라 계약 체결 당시보다 계약조건이 유리하게 변경되면 달라진 조건을 소급 적용하도록 하는 '계약조건 안심보장제'가 적용된다.
또 DL이앤씨가 이달 강원 원주시 판부면에 공급하는 'e편한세상 원주 프리모원'은 발코니 확장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유상 옵션으로 추가하는 발코니 확장 비용(2000만~3000만원가량)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고분양가 인식과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청약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심해지면서 건설사들이 지방 미분양 적체를 막기 위해 고육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청약자 59%(66만3068건)가 수도권에 청약통장을 사용해 2022년 41%(41만4652건) 보다 18%p 수도권 집중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지방 미분양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수는 5만927가구로 수도권(6998가구)을 7배 이상 웃돌았다. 특히 지방 소재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8376가구로 전국 준공 후 미분양(1만465가구) 물량의 80%에 달했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약 포기가 속출하고 이른바 현금 부자들만 웃는 일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이 시기에, 내 집 마련을 앞둔 수요자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역할을 자처할 것"이라며 "특히 원자재 가격에 기인한 분양가 상승, PF 대출 부실화에 따른 건설사의 시공 안전성 등으로 내 집 마련의 시기를 저울질하는 수요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 준공된 악성 미분양 주택(85㎡, 6억원 이하)을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 해당 주택은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빼주기로 했다. 기존 1주택자가 최초 구입할 때 1세대 1주택 특례(법 개정 후 1년 내 미분양을 최초 구입하는 경우)도 적용된다.
또 준공 후 미분양 추이와 분양가 할인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 임대 수요 등을 고려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미분양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일부 지방 중견 건설사의 경우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분양을 했다가 금융권에 중도금 이자를 내지 못해 이자 부담이 아파트 분양계약자들에게 넘어가는 등의 문제들도 속속 발생하고 있어 분양시 제공되는 혜택과 별개로 청약신청에는 꼼꼼한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소재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 건설 원자재가 상승 등을 견디지 못한 지방 아파트 사업장들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지역의 상당수 건설사들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책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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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