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청년 10명 중 6명 경제활동 쉰다
장기 취업난에 경제난·사회 단절 경험
고임금 양질일자리 부족"지원 강화를"
#1. 광주 지역 중소 기업에 취업한 20대 여성 A씨는 적은 급여에 불만을 느껴 퇴사했다. 자격증을 취득해 재취업에 나섰지만 구직에 여러 차례 실패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자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집에서 쉬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경제적 부담과 함께 사는 부모님의 눈치가 보인다.
#2. 지역 대학을 졸업한 30대 여성 B씨는 대학 시절 무역회사 취직을 목표로 교환학생과 경제 관련 대외활동 경험, 어학 자격증 등을 갖췄다. 코로나19 여파로 무역업계 채용 문이 막히면서 급히 공기업으로 취업 노선을 틀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대학 졸업 후 5년째 업무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30대를 맞은 B씨는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광주 지역 청년들이 고용 한파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구직난을 겪고 있다.
장기간 취업 준비로 사회 단절을 경험하거나 경제난을 호소하는 청년들까지 나오면서 다양한 일자리 마련과 꾸준한 심리·경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방학에도 도서관 북적…생활비 아끼려 학식·편의점 도시락
지난 25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스터디 모임을 하거나 자격증·국가 고시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로 북적였다.
방학에도 열람실 좌석은 3분의 2나 차 있었다. 책상 한 켠에는 공책·토익책·시험족보가 쌓여있었다. 기업별 경쟁률과 모집인원을 빼곡히 적은 메모도 눈에 띄었다.
졸업을 앞둔 4학년이 대부분이었지만, 졸업 이후 모교 도서관을 찾아 수년 간 취업 준비를 하는 장수생들도 있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저렴한 식단을 찾는 학생들도 보였다.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4000~5000원 짜리 뒤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기숙사에 살지 않지만 기숙사 구내식당에서 3500원 짜리 밥을 먹는 취업준비생도 있었다.
열람실 복도에는 채용전형과 진로상담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공고문을 한참 읽던 학생들은 "지난해 보다 덜 뽑을 것 같다"며 고용 한파를 걱정했다.
공인회계사를 준비하는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이모(24)씨는 "사기업에서 사람을 안 뽑자 공기업·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준생이 늘었다"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취업 문턱도 좁아진다"고 토로했다.
◆ 청년 10명 중 6명은 일 쉰다…사회 고립·경제난 호소
최근 한국은행 광주 전남본부와 목포본부가 낸 '광주·전남 지역 청년 고용 부진 원인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2022년 지역 청년(15∼29세)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42.1%를 기록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35.4%), 전북(41.3%)에 이어 세번째로 낮은 수치다. 청년 10명 중 6명은 경제활동을 쉬고 있는 것이다.
매출액·근로자가 연평균 20%이상 증가한 고성장기업도 86개 뿐이다. 전국 17개 시도중 네번째로 낮다.
지역 일자리가 광업, 전기·가스업, 제조업 등 1·2차 산업에 집중됐고, 수도권과 비교해 정보·통신업, 금융업, 전문 서비스업 등 고소득 일자리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12월 기준 지역 내 청년 실업률도 6.1%로, 전국 평균(5.3%)을 웃돈다.
장기 취업난을 겪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 단절을 경험하는 청년들도 나오고 있다.
주세연 광주청년드림은행장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공고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며 "콜센터부터 사무직까지 여러 기업과 음식점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도 급감했다는 상담 사례들이 나오면서 청년들이 생활비조차 벌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 이후 4년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이모(28·여)씨도 "돈을 아끼고 공부만 전념하다 보니 사회 교류가 줄었고 취업하는 지인들도 늘다 보니 위축된다"며 "이제는 누구를 만나는 것이 심리적·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 고임금 양질 일자리 부족…청년 지원 강화해야
전문가는 취업난 이유 중 하나로 '학력과 일자리의 불협화음'을 꼽았다. 고학력 청년 구직자가 원하는 고임금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백경호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책임연구원은 "청년들이 대학 교육을 받고 대외활동·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들인 비용과 노력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은 '일자리'다"며 "지역은 고임금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특정 기업에 취업 경쟁이 쏠리거나 청년이 지역을 떠나 기업 본사 등이 밀집한 수도권으로 향한다"고 분석했다.
또 "취업난은 청년들의 늦은 독립,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나아가 국가 재원 부족이라는 사회적인 문제까지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일자리 양산과 지속적인 청년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주청년센터 관계자는 28일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기업·시민사회간 대화 장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구직 욕구를 잃지 않고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줄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청년 지원을 해야 한다. '소중한 성공 경험'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전방위적인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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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