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변경 알선 대가 77억원 수수 혐의
1심 징역 5년 선고…보석 취소로 재구금
法 "지방 정치인 친분 이용해 적극 알선"
"공정성·청렴성에 대한 국민 신뢰 훼손"
정진상 측 "청탁 받은 사실 없다" 부인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재구금됐다.
이번 판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연관되어 있는 백현동 의혹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63억여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사이에 실질적인 동업 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에서 맡았던 역할은 오로지 성남시 공무원에 대한 알선·청탁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스스로도 정진상 등 성남시 공무원에 대한 부탁 내지 청탁 외에 이 사건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맡았던 구체적인 역할을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관작업 외 어떠한 역할을 맡았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부동산 개발에 관한 각종 인허가 사항의 알선에 관해 약 74억5000만원의 현금과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했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공무원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피고인은 사업에 관한 별다른 전문성·노하우 없이 오로지 지방 정치인과 성남시 공무원의 친분만을 이용해 여러 차례 적극적으로 알선했고, 그 대가로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70여억원의 거액을 수수해 죄책이 무겁다"고 했다.
아울러 "동종 알선수재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후 누범기간 중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알선수재 범행을 또 저질렀다"며 "이에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김 전 대표의 도주 우려가 인정된다며 보석 결정을 취소하겠다고 말하자 김 전 대표는 "방어권을 위해 불구속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법정에서 재구금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입장을 내고 김 전 대표로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청탁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 전 실장 측은 "해당 판결은 정 전 실장의 참여권과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판결일 뿐만 아니라, 김인섭의 청탁 여부와 무관하게 타인 사무 알선으로 대가를 수수, 약속하면 바로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재판에서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9월~2023년 3월 성남시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인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를 청탁 또는 알선한 명목으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로부터 77억원 및 5억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진행됐다.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는 2014년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성남시에 2단계 부지용도를 요청했으나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듬해 1월 김 전 대표를 영입한 뒤 성남시가 4단계 용도 상향을 승인해 주고 높이 50m에 달하는 옹벽 설치도 허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아시아디벨로퍼는 3000억원대 분양 수익을 거뒀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성남시 '비선실세'로 통했으며,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의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에게 이 대표의 '형수 욕설 파문'에 대한 대응 방법 등을 조언하고 개인 자금으로 선거사무실을 임대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인허가 과정에서 2006년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던 김 전 대표가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77억원과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김 전 대표가 이 대표, 정 전 실장과 오랜 기간 '정치적 교분'을 쌓았고 그로 인해 형성된 신뢰 관계가 백현동 사업 인허가 로비에 활용됐다고 봤다.
반면 김 전 대표 측은 정바울 대표와 동업자에 해당하고 성남시 공무원에 대한 청탁은 정당한 의견을 개진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또, 그 대가로 취득한 거액도 정당한 사업수익 분배라고 주장하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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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