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서 태어나면 월 20만원 18년간 출생수당 준다

전남도 10만 원+시·군 10만원
"양육부담 감소…재원이 관건"
18년 간 총 부담 2000억원 육박

전남에서 태어나면 올해부터 누구나 최소 월 20만 원씩, 18년 동안 출생수당을 받게 된다.

세 자녀 가구는 1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게 되고, 국가 지원이 추가되면 두 자녀 가구도 억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매칭 방식이어서 재원조달 방안과 기존 출산장려금 일몰 등 정책 정비는 풀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4일 전남도에 따르면 김영록 지사와 22개 시·군 시장·군수는 도청 왕인실에서 출생수당 공동 추진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출생 후 18년 간 매월 기본 월정액을 지급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소득 조건 없이 올해부터 전남에서 태어난 출생아에게는 0세부터 17세까지 총 18년 동안 매월 도비 10만 원, 시·군비 10만 원씩, 합쳐서 월 20만 원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부모 모두 전남에 주민등록을 두고, 2024년 전남에 출생 신고를 한 모든 아이들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도와 시·군 수당을 함께 받으면 18년 간 한 명당 총 4320만 원에 이른다. 두 자녀 가구는 8600만 원, 세 자녀 가구는 1억3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실제 양육부담을 크게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에만 94억원, 향후 18년 간 1700억∼18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 선별 복지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전남의 경우 아이 한 명당 1억1520만 원을 지원받는 셈으로,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와 시·군이 의기투합한 데는 저출산과 인구 절벽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감과 행정적 절박감이 깊이 자리잡고 있다.

전남은 2013년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 크로스'가 처음 발생한 이후 최근 10년 간 출생아수가 48.8% 감소하는 등 전국 제1의 소멸위기 지역으로 예측되고 있다.

통계청도 이 상태로 진행되면 2030년 전남 인구가 160만 명대, 2043년 150만 명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 차원에서도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 미만이다.

위기에 처한 정부가 지난해까지 18년 간 저출생에 대응에 380조 원을 투입했으나 체감형 현금 직접 지원은 부족하고, 이마저도 0~7세 영유아 등에게 집중돼 학령기 아동양육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도와 시·군은 '인구가 곧 국가경쟁력'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번에 초저출생 기조를 타파하기 위해 혁신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남연구원 분석 결과, 2022년 7888명이던 전남출생아수는 수당 지급에 힘 입어 2028년에는 8590명, 첫 수혜자가 18세가 되는 2041년에는 1만425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청년층 유입과 민간소비 증가, 의료비 역외 유출 감소, 납세자 증가로 지자체 재정 개선,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은 기대효과로 분석됐다.

도는 이를 위해 사회보장제도 등 사전행정절차 진행과 예산 확보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당장 재원조달이 숙제다. 올해 0세부터 시작돼 우상향 할 수 밖에 구조여서 재정적 부담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긴축재정 기조 속에 재무 부담이 커질 경우 재정적 구조조정이 불파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기존 출생·육아수당에 대한 일몰제 도입 여부와 방식, 조례 제·개정 등 행정시스템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

지자체 세수가 줄어 재정 압박이 심화될 경우 정책이 하향평준화될 공산도 배제할 순 없다.

김영록 지사는 "초저출생 상황이 장기지속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와 시·군이 함께 키우는 출산·양육 정책을 펼치겠다"며 "도와 시·군 출생수당이 단절된 정부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출산·양육 국가 책임제를 정부에 건의하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는 초저출생 위기를 타파하고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국가 출생수당 신설과 17세까지 매월 20만 원 지원 ▲아동수당 12세까지 확대 지급 ▲출입국·이민관리청 전남 설립 등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