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원 세탁 업무만 근무 인정?…法 "현실 반영 못해"

요양원서 근무하는 '위생원' 업무 쟁점
보험공단 "주업무 세탁 안해" 환수 처분
요양원 측 "일부 도움…안 한 것 아니다"
1심 "'주로' 수행 단정 어렵다" 환수 취소

세탁을 고유 업무로 하는 요양시설 위생원이 근무로 인정받기 위해서 세탁업무만을 주로 수행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지난해 11월17일 A씨 외 1명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을 상대로 낸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단이 지난 2021년 8월 A씨 등에게 내린 7억3000여만원의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중 720여만원이 넘는 부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당초 처분 금액의 99%가량을 취소한 것이다.

A씨 등은 2018년부터 경기 용인시에서 노인요양시설을 공동 운영해 왔다. 용인시 측은 2021년 요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공단은 이를 바탕으로 7억여원이 넘는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했다.

공단은 처분 이유로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 위반 청구 ▲인력배치기준 위반 청구(고유업무 외 다른업무 수행)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 위반 청구 ▲기타사유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사유를 들었다.

그중에서도 핵심 쟁점은 요양원 소속 위생원들이 고유 업무인 세탁을 주 업무로 수행하지 않고 청소 등을 한 것을 업무범위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요양원 측은 요양보호사들이 세탁을 도왔다는 사정만으로 위생원들이 고유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1심은 위생원이 반드시 근무로 인정받기 위해 세탁업무만을 '주로' 수행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생원 업무에 관한 취지와 목적은 결국 노인요양시설의 서비스 제공에 있어 핵심적인 인력인 요양보호사의 업무부담을 경감시켜 서비스의 질과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며 "위생원의 업무범위 또한 그와 같은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합목적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요양시설에서 위생원의 업무 범위는 기본적으로 세탁, 청소 등을 포함한 환경위생관리 업무 전반이라고 보인다"며 "기술의 발전으로 세탁업무에 있어 사람의 노동력이 직접 필요한 부분이 획기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세탁기와 의류건조기가 사람의 노동을 대부분 대체하고 있어 세탁 진행 중에도 사실상 상당한 유휴시간이 발생한다"며 "청소의 경우 도구의 기술적인 개선이 이뤄지긴 했으나 여전히 노동력이 직접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위생원이 모든 세탁물을 일일이 취합하여 세탁하도록 하는 것은 요양시설의 업무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만일 발생하는 빨래를 위생원이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업무가 이뤄진다면 빨래가 수거 및 처리될 때까지 그대로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맹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요양원의 위생원들이 세탁업무를 사실상 수행하지 않았다거나 다른 직종의 직원들이 업무 범위를 넘어 세탁업무를 수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처분 취소 사유를 전했다.

다만 재판부는 가불하여 유급휴가를 사용한 간호사와 이로 인해 환수처분이 이뤄진 720여만원에 대해선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타당하다며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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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