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전공의 진료 중단 현실화…의료대란 오나

광주·전남 각급 병원 전공의 350여 명 줄줄이 결근
수술·진료 일정 차질 가시화에 환자들은 발만 동동
각 병원 응급실·중환자실 중심 비상 진료체계 돌입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반발로 무더기 사직서를 낸 광주·전남 전공의 350여 명이 결국 병원을 떠났다.

일선 의료현장에서 허리 역할을 하던 전공의 이탈로 의료 대란 우려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환자들은 제때 진료나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고, 각급 병원들은 응급실 등 필수 의료 분야부터 비상 운영 체제에 돌입했다.

◆ 광주·전남 전공의 350여 명 병원 떠났다



20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지역 내 3차 의료기관인 전남대병원 근무 전공의 319명 중 76.8%인 24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중 본·분원을 통틀어 전공의 207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조선대병원에서도 전공의 총 142명 중 사직서를 낸 108명(레지던트 77명·인턴 31명)이 모두 진료 거부에 동참했다. 사직서는 제출하지 않았지만 전공의 6명은 승인 없이 연가 신청만 한 뒤 무단 결근했다.

지역 내 2차 의료기관인 광주기독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39명 중 사직 의사를 밝힌 31명도 모두 근무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광주 지역 이탈 전공의 352명(전남대병원 207명, 조선대병원 114명, 광주기독병원 31명)에 대해 진료과 별로 업무 복귀 명령서를 전달했다. 전공의 개인 연락처로도 명령 사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 알렸다.

전남 동부권에서 가장 큰 순천 성가롤로병원에서도 사직 의향을 내비친 전공의 13명 전원 중 8명만 무단 결근, 업무 개시 명령이 내려졌다. 성가롤로병원 내 나머지 전공의 5명 중 4명은 진료 현장을 지키고 있고 1명은 개인 사유로 신청한 연가가 승인됐다.

복지부는 일선을 떠난 전공의들이 업무 복귀 명령에 끝내 따르지 않을 경우 의사 면허 취소 등 추가 행정 처분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역시 진료 거부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면 엄정 수사키로 했다.


◆ 진료 차질 가시화…환자들 '발동동'

각급 병원마다 중추 역할을 하는 전공의들의 단체 행동이 본격화하면서 진료·수술 일정 차질도 현실이 됐다.

지역 3차 의료기관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환자들은 '교수님 만날 수 있는가' '오늘 검사 받을 수 있느냐' 등을 애타게 물었지만 접수 창구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시원치 않았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할까, 수술 일정이 지연될까 걱정하는 환자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이른 아침부터 전남대병원을 찾은 노모(69·여)씨는 "정상 접수가 어렵다며 개인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오라고 돌려보냈다. 믿을 수 있는 대학 병원까지 찾아왔지만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남 영광에서 온 최모(72·여)씨도 "내시경 수술이 시급한데 전공의가 부족해 일정이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이날부터 예약 환자 우선 진료 체계로 운영된 조선대병원에서는 발길을 되돌리는 환자도 눈에 띄었다.

백내장 치료 차, 고흥에서 병원을 찾은 김모(90·여)씨는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해 아침 일찍 출발했다. 전공의가 부족해 진료가 어렵다고 한다. 광주에 온 김에 다른 안과병원에 가보려고 한다"고 했다.

무릎 통증을 느껴 장성에서 찾아온 박모(60)씨는 "정형외과 전공의가 없다고 다음주에 다시 오라고 한다. 오늘은 예약만 하고 돌아가야 할 처지"라고 푸념했다.


◆ '비상체계' 진료 중 전문의도 응급실 뛴다

전공의 무더기 이탈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자 병원들은 비상 진료 체계 운영에 돌입했다.

우선 전남대병원은 외래·입원 진료와 응급실과 중환자실 진료는 최대한 유지한다. 전공의가 비운 자리는 전문의, 전임의(팰로우)와 진료 보조 간호사(PA) 등이 채워나간다.

응급 수술과 중증도가 높은 수술을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이 밖의 수술 일정은 각 진료과 별로 조정이 불가피하다.

또 진료부원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비상진료대책위원회를 꾸려 추가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다.

조선대병원은 응급실과 각 병동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전문의들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급박한 상황에서라면 외래 진료 중이더라도 곧바로 투입된다.

진료는 기존 예약 환자부터 접수키로 했다. 처음 병원을 찾은 신규 환자가 중증이 아니라면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기독병원은 현재 남은 의료진 만으로도 진료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나,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순천성가롤로 병원도 전공의 8명 이탈로 인한 공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 진료 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광주시와 전남도 역시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시는 호남권역재활병원 등 공공병원 4곳과 보건소 5곳에서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한다.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구축한 비상 연락 체계로 제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역 응급의료기관 21곳, 응급의료시설 5곳도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한다.

전남도는 일선 시·군 보건소에도 비상진료대책반을 설치했다. 정기 처방이 필요한 만성 질환자는 미리 진료를 받도록 각 의료기관에서 안내토록 했으며, 신속히 진료 가능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정보시스템 정보도 매일 정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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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