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가 수사정보 술술…고위경찰 모임 이후 사건 잘 끝나" 법정증언

가상화폐 사기범, '수사무마' 퇴직 경무관 재판 증인신문서 밝혀

가상화폐 투자 사기 수사 무마에 개입한 브로커가 고위 경찰관들로부터 받은 수사 동향 등을 실시간으로 피의자인 사기범에게 전달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27일 202호 법정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모(60) 전 경무관에 대한 공판을 열고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장 전 경무관은 지난 2021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하던 가상화폐 투자 사기 사건에 영향력 행사 명목으로 사건 브로커 성모(62·구속기소)씨에게 2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브로커 성씨의 로비 자금 창구 역할을 한 가상화폐 투자 사기범 탁모(45·구속기소)씨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검사는 공소사실을 통해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역임한 장 전 경무관이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팀장 박모 경감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달라'고 부탁, 탁씨의 투자 사기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봤다.

이날 재판에는 가상화폐 투자 사기 사건 피의자이자, 사건 브로커에게 로비자금을 대며 수사 편의를 제공 받은 탁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탁씨는 법정에서 "브로커 성씨가 먼저 연락이 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서 하는 사건을 어찌 봐주면 되겠느냐'고 제안했다. 당시 해당 사건 피해액을 변제한 만큼 억울했다. 그래서 성씨에게 '수사를 어찌하는 지 알아봐 달라. (수사기관이)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라고 증언했다.

누범 기간으로 구속될 처지였지만, 방어권 행사에 유리한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됐고, 성씨가 나서겠다고 한 이후 수사팀장의 태도가 바뀐 것 같았다고도 밝혔다.

이어 "성씨가 '수사대장과 이야기가 잘 돼 사실상 끝났다. 내가 진술하란 대로 하면 잘 될 것이다'라고 말했고, 구체적 수사 정보도 전화통화로 알려줬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내게 불리한 정황, 누구에게 무엇을 조사할 지, 수사관이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할 지 등도 미리 알았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경찰이 앞으로 어떤 혐의는 불송치할 지, 대질 조사 일정, 보완 수사 계획에 대해서도 들었다고 했다.

탁씨는 또 "성씨가 경찰 고위층에게 5000만 원을 이미 썼고, 2억 원을 더 요구했다. 성씨가 고급 한정식 음식점에서 여러 고위 경찰관들(높은 경찰들)과 만나 자리를 하고 있다고 해 2차 술자리로 옮길 때 동생을 보내 술값 190만 원을 대신 결제해준 적도 있었다. 장 전 경무관도 자리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한정식 음식점에 모였던 고위 경찰관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그 한정식 음식점 모임 이후 수사 과정에서 피해액이 300억 대에서 크게 줄면서 단순 사기 사건으로 종결됐다"고도 덧붙였다.

탁씨는 서울경찰청이 벌인 가상화폐 관련 수사에 앞서 성씨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당시 경찰과 검찰에 차례로 수사 무마 로비 실체에 대해 알린 전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광주경찰청에 한 차례 브로커 성씨의 수사 무마 로비 행태에 대해 알렸으나, 경찰을 통해 안 성씨가 질타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후 탁씨는 검찰에 진정을 냈다가, 그 무렵 브로커 성씨가 서울경찰청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자 돌연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탁씨는 이듬해인 지난해 5월에야 검찰에 협조하기 시작해 브로커 성씨의 로비 실체가 담긴 녹취록 등 증거를 제출했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브로커 성씨의 검·경 인사·수사 영향력 행사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서, 연루된 전·현직 검찰 수사관·경찰관 등 18명을 기소했다.

브로커 성씨는 2020년 8월부터 1년간 탁씨 등 사건 관계인들에게 13차례에 걸쳐 수사 무마 또는 편의 제공 명목으로 승용차와 17억4 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돼 최근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성씨에게 징역 3년6개월에 추징금 17억 1300만 원을 선고했다.

장 전 경무관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2일 오후에 열리며, 브로커 성씨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간다.

한편, 검사는 탁씨의 수사 무마에 장 전 경무관과 함께 연루된 서울청 당시 수사팀장 박 경감의 재판과 병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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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