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토지 매입 기준 까다로워…중·대형 업체보단 지방 영세사업자에 도움"

LH, 금융기관·건설사 대상 토지매입 설명회
지방 토지·유동성 위기 영세사업자는 '반색'

정부가 침체된 건설경기 회복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 지원을 위해 건설사가 보유한 토지를 매입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9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경기남부본부에서 연 건설업계 보유토지 매입 관련 설명회에는 200명이 넘는 금융기관·건설업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LH의 설명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차례에서는 대상 토지의 요건, 매입 가격 산정 기준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7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건설업계 보유토지 최대 3조원 규모로 매입 또는 매입 확약을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1차에서는 매입 1조원, 매입확약 1조원 등 2조원 규모로 매입한다. LH는 오는 26일 신청 접수를 마감하고 5월 말 매입 적격 여부를 판정해 6월 초 역경매 입찰을 실시한다. 매매계약과 대금 지급은 6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기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2차 매입을 추가 시행한다.

매입 대상은 토지 대금보다 부채가 커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기업이다. 지난 1월3일 이전까지 소유권을 취득해 보유 중인 3300㎡(1000평) 이상의 토지여야 한다. 기업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LH는 서류심사와 현장조사 등을 거쳐 매입 적격 여부를 정한다. 기업이 제시한 기준가격 대비 매각희망 가격비율을 역경매 방식으로 개찰해 매입 대상을 최종 선정하게 된다.

여종현 LH 부동산PF안정화지원단 팀장은 "공법상 제한사항, 물리적 토지현황, 소유권 행사 제한, 향후 수요 및 시장성을 중점으로 심의할 예정"이라며 "개발·이용·처분상 과도한 제한을 받거나 위험·혐오시설 인근 토지는 매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준가격도 까다로운 편이다. 미준공 공영개발지구와 준공 공영개발지구의 공동주택용지는 공공시행자 공급 가격을, 준공 공영개발지구의 공동주택용지 외 토지와 공영개발지구 외 토지는 개별 공시지가에 토지면적을 곱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매각 희망 가격은 기준가격(토지 유형에 따라 공공시행자의 공급가격(입찰방식으로 공급하는 토지는 공급예정가격)이나 개별공시지가) 90% 한도 내에서 써내야 하고 역경매 방식으로 토지 매입이 더 절실한 업체의 토지를 사들이기로 한 만큼 더 큰 비율로 토지 가격을 낮춰야 LH 매입 우선순위에 들 수 있다. 토지 매각을 희망하는 건설사는 대출금융기관의 사전동의를, 매각 대금에 대한 대출금융기관의 채권인수 사전 동의도 받아야 한다.

이밖에 건설사가 할부로 매입해 아직 소유권이 없거나 착공 신고가 들어간 토지, 금융기관 외 부채가 있는 토지 등도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조건이 까다롭고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크지 않은 지방의 토지가 매입 우선순위가 될 거란 반응이 나왔다. 설명회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허탈한 표정으로 일찍 자리를 뜨는 관계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코스피 상장 중견기업인 한 건설사 A 과장은 "예전에 매입한 땅을 처분할 수 있을지 궁금해 와봤는데 30~40% 이상 할인가로 낮춰서 매각해야 하고 채권을 사갈 은행을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B 대리는 "문제없이 깨끗한 토지가 있어야 조건을 겨우 맞출 수 있고 LH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뉘앙스가 강하다"며 "생색내기식 정책"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다만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것이 관건인 영세사업자에는 도움이 되는 제도라는 반응도 나왔다.

건설업 면허증과 주택건설사업자, 주택신축판매 사업자인 인천의 한 개인사업자인 C 대표는 "미분양 우려 속에 이자만 내는 상황에서는 이 정도 가격이라도 매입해준다면 고마운 제도"라며 "마침 1000평이 넘는 토지를 갖고 있고 자격에도 부합해 오늘 상세한 매각 상담까지 받고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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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