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상품권 내수 진작 효과 '수조 원'"…인기몰이 속 개선 요구도

누적 발행 규모 4조4532억…판매 건수 886만건
생산유발 3조8818억, 부가가치 유발 1조8573억

서울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이 2020년부터 4년 째 발행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 진작 효과가 수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연구원 박희석 선임연구위원과 정현철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서울사랑상품권 운영 진단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2020년부터 발행을 시작한 서울사랑상품권의 누적 발행 규모가 4조453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울사랑상품권 종류는 다양하다. 자치구 안에서만 사용 가능한 자치구 상품권과 서울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광역 상품권이 있다. 상권 회복 목적으로 발행하는 상권회복특별상품권, 특정 인터넷몰에서 사용 가능한 E서울사랑상품권, 배달앱에서만 쓰는 배달전용상품권, 법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법인상품권 등도 있다.

서울시민은 각 자치구에서 서울사랑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싼 값에 구매한 뒤 해당 지역 상점 등에서 쓸 수 있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서울페이앱에 저장되고 소비자는 서울페이를 활용해 결제하면 된다.

지난해 7월 기준 서울사랑상품권 판매 건수는 886만6269건, 판매 금액은 3조5232억원으로 집계됐다.

건당 결제 금액도 증가 추세다. 2020~2021년 2만9605원에서 2022년 3만7940원, 지난해 3만9031원으로 증가 중이다.


서울사랑상품권 구매 후 미사용액은 지난해 7월 기준 3013억원으로 전체 판매 금액의 8.6% 수준이다. 일부 시민이 상품권 구매 후 바로 소비하지 않고 일정 기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사랑상품권 사용처 상위 5개 업종은 음식점·식음료업과 식자재·유통, 입시·보습학원, 보건·복지, 생활·리빙이다. 이들 업종이 전체 결제 금액의 70.4%를 차지했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생산 유발 효과, 부가가치 유발 효과, 취업 유발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유발 효과는 3조8818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8573억원, 취업 유발 효과는 10억원당 2만9001명이라고 서울연구원은 밝혔다.

이 같은 효과에 비해 투입된 예산은 비교적 적었다. 할인 보전금과 발행 수수료 등으로 서울시와 자치구가 투입한 누적 소요 예산은 4232억원이었다. 할인 보전금이 3753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4232억원 중 시비가 2470억원으로 절반이 넘었고 이어 구비가 1227억원, 국비가 535억원이었다. 연도별 소요 예산은 2020년 605억원, 2021년 1373억원, 2022년 1353억원, 2023년 901억원이었다.


명절 판매 때마다 단시간에 소진되고 해가 거듭될수록 발행 문의가 증가하는 등 서울사랑상품권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인기를 끌고 사용자가 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민임에도 해당 자치구 상품권을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각 자치구에서 서울사랑상품권 조기 매진이 거듭되자 아쉽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명절 위주가 아니라 아예 월별로 정기적으로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디지털 방식 사용이 어려운 상인과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고령층은 서울페이를 활용한 정산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껴 거부감을 표출하는 중이다. 노인 인구 비중이 큰 자치구에서는 모바일 상품권 구매에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지폐나 카드 형태 결제 수단을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손님 집중 시간대에는 결제 확인이 어려워 추후 미결제 사실이 발견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상인들은 매출 정산이나 세금 신고 때 카드 매출과 별도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자치구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 역시 문제점이다. 상품권을 원하는 구민들은 많아지고 있지만 국비 지원이 중단되고 시비 지원까지 줄어들면서 구의 재정 부담이 증가했다.


운영시스템 변경으로 자치구와 현장이 혼란을 겪은 것이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제로페이 기반에서 서울페이로 결제 방식이 바뀌면서 상인과 소비자가 혼란을 겪었다. 운영 대행사가 바뀌더라도 데이터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서울연구원은 지적했다.

유효기간 만기가 도래하면 서울사랑상품권이 소멸된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서울사랑상품권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2024년부터 만기가 도래한다.

이에 따라 만기 이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를 해야 한다. 그래도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서울시 재원으로 귀속된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로 귀속된 금액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조언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사랑상품권의 활용도를 높이자고 제안했다.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하는 방법 외에 공공 영역에서 지급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서울연구원은 "활동에 참여한 보상으로 서울사랑상품권을 포인트 형태로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서울시 주최 환경 보호 관련 행사에 참여하거나 사회 공헌 활동을 인증하면 서울사랑상품권을 포인트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사랑상품권이 서울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 시민은 지난 11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민참여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서 서울사랑상품권 폐지를 요구했다.

그는 "이미 서울시는 지역화폐가 없어도 충분히 상업이 발달돼 지역경제 걱정을 해야 할, 존폐 위기에 처해서 지역이 망하고 사라질 위기에 있는 도시가 아니다"라며 "마치 부자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려고 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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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