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응급의료기관 전무…대전·충남권 의지하는 충북

현행법 치과응급 기준 모호…의료공백 지속

충북에 소아 치과 응급환자를 진료할 거점 의료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 환자가 적기에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18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대학병원을 포함한 도내 모든 병원에 소아 치과 응급실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아 치과 응급환자가 진료를 받으려면 인접한 대전·충남 천안 소재 치과병원을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2살 아이의 아빠인 직장인 안모(36)씨는 "대전, 충남은 있는데 충북에 소아 치과응급의료기관이 없는 게 말이 되냐"며 분개했다.

그는 한 달 전 잇몸이 찢어진 아이의 치료를 위해 청주의 병원을 찾았으나 일반 치과, 병원, 대학병원에서 모두 거부를 당했다.

간단한 지혈이나 진통제 처방은 응급실에서 가능하나 봉합 등 전문적인 치료는 소아치과에서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성인 치과응급환자를 보는 2차 병원이 한 곳 있지만 이곳에서도 소아 환자는 받지 않았다.

다급해진 안 씨는 119에 문의를 했고, 119는 충북엔 관련 응급기관이 없다며 대전의 선병원, 천안의 단국대학교 치과대학병원을 안내했다.

안 씨는 "아이가 넘어지면서 손에 쥐고 있던 장난감에 잇몸을 찍혔다"면서 "찢어진 잇몸 사이로 뼈가 보일 정도로 심각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번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치료할 병원이 없어 1시간을 넘도록 밖에서 헤맸다"며 "치과응급기관이 충북에 없다면 제도라도 정비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치과 응급 진료는 전국적으로도 열악한 수준이다. 수도권에서도 소아치과를 개설하지 않은 대병병원이 치대병원에 진료를 의뢰하고 있다.

지역의 경우 관련 의료기관의 부재가 더 커 이처럼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대전은 몇몇 의원급 치과에서 응급의료 일부분을 부담하고 있으나 충북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응급의료법에 치과 응급 진료를 위한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치과병원 응급실 운영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는 상태다.

국내 응급 소아환자의 치과 치료를 전담하는 곳은 아주대병원이 유일하다. 응급·중증 소아환자 치과치료팀을 신설해 ▲사고·부주의로 발생한 응급 소아환자 ▲선천성·만성 질환 등에 의한 소아암, 소아심장질환, 소아희귀난치성질환을 갖고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치료하고 있다.

지역 의료업계 관계자는 "국내 일반 대형병원은 소아 치과 치료를 담당하는 소아치과가 거의 개설돼 있지 않다"며 "전국적으로 치료 체계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치과 응급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달란 요구가 높다"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반영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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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