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지도 이념으로 내세우며
헌법에서 공산주의 표현 삭제하고 광장서 초상화 제거
김정은 시찰 신축 노동당 간부학교에 대형 초상화 걸려
중국 의식한 행위…김일성-김정일주의 숭배 "다소 희석"
북한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공산주의 이론가인 칼 마르크스와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을 주도한 블라디미르 레닌의 초상화를 부활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NK NEWS)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K 뉴스는 두 초상화가 북한이 공산주의 이념을 새롭게 강조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전날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신축 현장 시찰을 보도하면서 게재한 사진에 두 사람의 초상화가 등장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둘러보는 한 학교 건물의 양측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는 모습이다.
북한은 10년 전 헌법에서 공산주의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북한의 지도 이념으로 채택했었다. 북한은 또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김일성 광장에 걸린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를 제거했었다.
표도르 터티츠키 국민대 연구원은 초상화를 복원한 북한의 조치가 중국에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다만 공산주의와 결별한 러시아를 향한 제스처는 아닐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몇 년 전 외부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반사회주의”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대민 선전활동에서 마르크스주의 상징물들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새 중앙간부학교는 평양 동쪽 공군기지터에 지은 것으로 지난해 3월 착공한지 불과 1년 만에 완공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앙간부학교는 북한에서 가장 큰 교육기관 가운데 하나로 13만 평방m의 부지에 여러 채의 강의동과 회의실, 체육관, 기숙사, 도서관 등이 들어서 있다.
김정은은 현지 시찰 동안 새 학교가 “순수한 근간, 핵심 김일성-김정일주의자를 양성하는 중요하고 숭고한 사명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터티츠키 연구원은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걸린 건물 앞에서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언급함으로써 김일성-김정일주의에 대한 숭배를 “다소 희석한 것”으로 해석했다.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는 1946년 6월1일 개교한 중앙당학교를 이어 받은 곳이다. 중앙당학교는 뒤에 김일성고급당학교로 이름이 바뀌었으나 학교 당위원회의 부정행위가 적발되며 해체된 뒤 중앙간부학교로 다시 개명했다.
중앙간부학교는 현재 평양 중앙부 주체탑 근처 대동강가에 자리하고 있다. 학교를 신축 이전하는 것은 김정은의 당 간부 양성 확대 정책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새 학교 인근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미이라가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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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