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금까지 정설로 자리 잡던 곤충의 산소전달 방법을 뒤집는 새로운 곤충 호흡작용 및 진화이론을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한양대학교 심지원 교수팀이 초파리 유충의 '혈구세포'가 산소전달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지금까지 곤충의 산소호흡은 외부와 직접 연결돼 있는 숨관을 통해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었으며 곤충의 골수성 혈구세포는 호흡작용과 무관하다고 판단해 왔다.

이번에 심 교수팀은 초파리 유전학 및 이미징 기법을 사용해 초파리 혈구세포 중 크리스탈세포(Crystal cell)의 호흡조절 분자기전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크리스탈세포는 초파리의 세 가지 골수성 혈구세포 중 흑색화 작용에 관여하는 혈구세포다.

연구팀은 산소분압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혈구세포들의 움직임을 실측영상으로 촬영한 결과, 혈구세포들이 숨관과 혈장 사이에서 방향성 있게 이동함을 확인했으며 특히 이 과정에서 크리스탈세포가 주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또 크리스탈세포의 이동은 산소농도에 따라 세포 내 단백질 상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페놀 산화효소(PPO)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프로페놀 산화효소(Prophenoloxidase)는 페놀 산화효소의 전구체로 흑색화 작용에 관여하는 효소며 헤모시아닌의 공통 조상 단백질이다.

이어 유전자 조작을 통해 크리스탈세포가 없거나 프로페놀 산화효소가 제거된 초파리 유충은 산소가 부족한 것과 같은 표현형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추가 실험에서는 초파리 유충이 먹이 속에 묻혀 생길 때 크리스탈세포의 산소전달 기능이 필수적인 기전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학계의 가설과 달리 초파리와 같은 곤충의 혈구세포가 직접 산소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사람의 적혈구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혈구세포는 곤충에서 면역기능 및 산소호흡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그 기능이 보존돼 있을 가능성을 최초로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개인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6일 게재됐다.(논문명:Drosophila immune cells transport oxygen via PPO2 protein phase transition)

심지원 교수는 "초파리 유충의 혈구세포가 체내 산소분압을 조절하는 기능을 최초로 규명한 이번 연구는 생물학 교과서를 바꿀 내용"이라며 "곤충을 비롯한 무척추동물의 호흡발달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