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해고' 논란 아사히글라스…대법 "하청업체 근로자 직접 고용해야"

2015년 노조 결성하자 문자 해고
1·2심 근로자 승소…"직접 고용해야"
대법, 상고기각…원심 판단 유지
파견법 위반도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일본 기업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지난 2015년 문자로 해고를 통보받고 소송을 제기한 이후 9년 만이다. 원청인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1일 오전 하청업체 근로자 22명이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인 AGC화인테크노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 상고심에서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을 확정했다.

AGC화인테크노는 디스플레이용 유리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근로자들이 소속됐던 주식회사 GTS는 유리기판 제조과정 중 일부 공정에 관한 업무를 수급하고 AGC 화인테크노 공장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15년 7월 GTS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자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하청업체인 GTS도 일방적으로 178명 근로자들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된 근로자들은 도급업체인 아사히글라스에 파견돼 업무를 수행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실제로는 아사히글라스의 지휘명령을 받았으므로 파견법에 따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GC 화인테크노가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실질적인 지휘, 명령을 받는 노동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사를 표시하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작업지시서 등을 통해 도급인의 지시권, 검수권 범위를 넘는 정도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행사해왔다"며 "협력업체 GTS 소속 현장관리자가 있었더라도 그 역할은 원청인 피고의 지시를 전달하는 수준에 불과해 그 역할과 권한이 통제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주식회사 GTS 현장관리자들의 역할과 권한은 피고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를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으며, 근로자들도 피고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에 구속돼 그대로 업무를 수행했다"며 "피고가 결정한 인원 배치 계획에 따라 근로자를 채용해 현장에 배치했고, 작업·휴게시간과 휴가 등은 피고 생산 계획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고와 주식회사 GTS가 체결한 도급계약의 목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고, 근로자들이 담당한 업무에 필요한 전문성과 기술성이 높은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한 같은 날 선고된 형사 재판에서도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같은 재판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오전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정재윤 전 GTS 대표·주식회사 GTS·AGC화인테크노코리아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심은 정재윤 전 GTS 대표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주식회사 AGC화인테크노한국에게 벌금 1500만원, GTS 법인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2심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다만, 같은 재판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화인테크노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해고 통보를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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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