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들 외교전·보수표 어필 나서
일본 집권 자민당은 9월 예정된 총재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26일 사실상 발족했다. 내달 투·개표일 등을 결정할 전망이다. 후보들의 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지 공영 NHK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총재 선거를 위한 선관위 위원 11명 국회의원을 이날 결정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가 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총리를 결정하는 선거다.
이번 선거는 기시다 총리의 9월 총재 임기 만료로 실시되는 것이다.
자민당은 총재선거 의원 투표를 총재 임기 만료일 10일 이내에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9월 20일~29일 사이 실시하게 된다.
총재 선관위는 내달 상순 첫 회의를 열어 위원장을 선출하고, 8월 내 고시·투개표일 등 선거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총재 선거 윤곽이 잡혀가면서 '포스트 기시다'들의 행보도 활발해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잠룡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은 오는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인도네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선다. 정부 주요 인사들과 회담, 스타트업 기업 시찰 등을 조율하고 있다.
모테기 간사장은 지난 22일 도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이들 동남아 4국 등 "'글로벌 사우스'의 불만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중국, 러시아에 유리한 국제 여론 형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외교가 세계에서 하는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제무대에서의 자신의 외교력을 어필하고 있다. 2019년 9월~2021년 11월 약 2년 간 외무상을 지냈을 때 미일 무역협정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터프 협상가'로 평가받았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받았을 때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야말로 터프하다며 자신이 이러한 평가를 받은 사실을 밝혔다.
모테기 간사장은 이외에도 9월 총재 선거와 관련 "총리가 돼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는 등 풀마에 대한 의욕을 보이는 발언을 늘리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짚었다.
잠룡들은 보수파가 좋아할만한 개헌 카드도 꺼내 들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총재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총리를 포함한 대부분 차기 총재 후보들이 개헌 필요성을 어필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지난 22일 '선거닷컴'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일본의 전력불보유를 규정한 ‘9조2항’을 삭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런 논의가쟁이 벌어져야 총재 선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7일 "헌법 개정을 반드시 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총재 선거에서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지지를 받았던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보수표를 많이 가져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 총재 임기 중 개헌 실현을 표명해온 기시다 총리도 지난달 21일 "헌법개정을 앞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자민 운동방침에 근거해 끈질기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임기 중 개헌 실현은 불가능해졌으나 앞으로 노력할 의향을 강조했다.
산케이는 최근 국회에서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 영향으로 개헌 논의가 정체돼 자민당 지지층을 낙담하게 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총재 선거를 앞두고 차기 후보군들은 "헌법개정에 대한 의욕을 명확히 해 개헌을 기대하는 당원·당우표 획득에 유리한 (입장에) 서자는 생각이 어른거린다"고 산케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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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